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 복 받을꺼여

커피앤레인 2009. 10. 31.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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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31

복 받을꺼여 

 

 

 

 

노니 염불한다고 했던가

시간이 나는대로 틈틈이 일본어 책을 사다가 독학을 했더니

그래도 그게 가랑비에 옷이 젖었나보다

어제도 두팀이나 만나 안내를 했는데 

한 팀은 갈비집에서 갈비까진 맛있게 먹었는데 

그만 호텔 가는  길을 잃어버렸다며

난감해 해서

부산 호텔가는 길을 가르쳐 주었더니

고맙다고 일두번도 더 절을 했다.

 

한데 배도 출출하고

바람도 쐬일겸 광복동을 지나 부평동 족발 골목 근처

떡뽁기 집에 들렸더니

떡뽁이 아짐씨들이 반갑다며 인사를 꾸벅했다.

사실 이 넘은 튀김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어릴때 제사상에서 맛본 그 맛을 잊지못해  

간혹 고구마 튀김만은 군것질 삼아 먹었는데

어제도 해인과 함께 일과를 마치고

단골 떡뽁기 집 앞에 서서 장난삼아 고구마 튀김을 먹는데 

50대 중반의 일본인 남자 8명이 지나가다가 

이쪽을 힐끔힐끔 쳐다보더니

저거끼리 모라모라 씨부렁 씨부렁거렸다.

 

 

난 처음에 절마들이

모 저런데서 다 큰 사람이 체신머리없이 먹노 하는줄 알고

나도 그냥 힐끔 쳐다보고 말았는데

한번 더 힐끔 쳐다보았더니

저 넘들도 뭔가 좀 궁금한게 있는지

자꾸 이쪽을 보고 모라모라 씨부렁거렸다.

아마도 저거끼리  우리도 함 들어가볼래 안갈래 하는갑다 해서

 

 

강고꾸데

부산오뎅가 이찌방 오이시이데스 (한국에서 부산 오뎅이 제일 맛있다)했더니

요 넘들이 오이시이? 오이시이 ? (맛있어? 맛있어?)하고 저거끼리

또 모라 모라 씨부렁거렸다.

그러더니 우리 일행이 8명인데 자리가 있겠느냐고 한 넘이 내게 말을 걸었다.

해서 

하이하이 ........................  

이랏샤이마세 고찌라에 고찌라에  ..................(네 네 어서와요 이리로 이리로 ) 하고

자리를 안내 했더니

떡뽁기 아짐씨가 그냥 지나가는 사람들인데

모하려고 일본사람을 안으로 불러들였나하는 듯이

이걸 우야노 ............................우야노하고

지혼자 방방 뛰었다.

 

 

아마도 지는 일본어라고는 개미 뭐만큼도 할줄 모르는데

나보고 우짜란 말이고 ......................하는 모양이었다.

해서 속으로

저 아짐씨 ....................진짜 웃기네

가는 사람을 꼬셔줘도 탈인가베

야 이 아줌마야 그라믄 요기는 모하러나왔노

돈벌러 나왔으면 일본 넘 이던지 중국 넘이던지

돈이 되면 무조건

이랏샤이마세  이랏샤이마세 (어서오세요 어서오세요 )해야지  

(아 중국넘들 한테는 칭진,,,,,,,,,,,,,,,,,,,,,,,,,,,,(들어오세요)이라고 해야

알아듣제 ㅋㅋ)  

 

 

암튼 일본넘들을 안으로 꼬신것 까진 좋았는데 

가만히 있어봐라  

저 사람들 한테 

뭘 먹을꺼여 하고 물어봐야하는데  고 말이 뭐지

아이고  요 넘의 일본말이 요기서 또 막힐게 뭐람

(일본말로는 나니오 아께마쇼까 .......................뭘 드릴까요 해야하는데  

어젠 요말이 와그리도 안나오던지 ㅋㅋ)

 

 

하기사   

내생전에  떡뽁기 보이 노릇할 줄을 우찌 꿈엔들 생각했으랴  

우쨌던 그건 그렇다 치고

일단 손님을 받았으니 주문은 받아줘야겠다고 생각하고

아는말 모르는말 다 섞어가면서

손짓 발짓까지 동원해 주문을 받았더니

저 넘들도 입맛은 아는지

오이시이 오이시이 (맛있다 맛있다 )하더니

떡본김에 제사 지낸다고

비루와 마거리 ..................하고 또 손짓을 했다.

 

 

-아니 저 사람들 또 뭘 달라고 하는거요  

-아 맥주하고 막걸리도 파느냐는 말이요

-우린 안파는데 우야노

-우야긴............... 주방아짐씨 시켜가지고 얼릉 슈퍼가서 사오라해야지

-얼마 받아야하는데요

-얼마받긴

다들 삼천원 받으니까 삼천원하면 되지

-에이 그라믄 비싸다

2천오백원만 받을게여

-그러던지

 

 

-비루? 낭꼬 (몇병?) 막거리는 ...................................

-쌍

-쌍?(셋) .............와까리마시다(알았습니다)

그러니까 맥주 세병에 막거리 세병이다 이말이지 그럼 합이 얼마지

스미마셍까 잇꼬데 니센고햐꾸데스까  (미안하지만 한병에 2천오백원입니다만 )

-하이 하이 와까리마시다 (네 네 알았습니다)

 

 

10분도 채안되어 졸지에 2-3만원이

떡뽁기 아짐씨 주머니에 쑤욱 들어오자 

그제사 정신이 드는지

아이고 사장님은 복 받을꺼여 좋은 일 많이 하시니 .......................하고

요 넘의 여편네가 그때사 소쿠리 뱅기를 태우곤 립서비쓰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