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 단풍이 꽃보다 아름다운 계절

커피앤레인 2009. 11. 2. 14:34

 

안정란 作

*  안정란 님은 미국 시카고 근교에 살며 여전히 작품활동에 열심인 분이다. 작년에 한국에 잠시 다녀갔는데

전화로만 안부를 물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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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

단풍이 꽃보다 아름다운 계절

 

 

 

 

11월로 접어들면 사람들은 12월을 먼저 생각했다.

해서 11월은 늘 장사익의 찔레꽃 만큼이나

순박하면서도 서러운 달이었다.

하지만 따지고보면 계절중에 11월달 만큼 아름다운 달도 그리없었다.

익을대로 익은 단감을 수확하는 달도 11월이었고

단풍이 가장 아름다운 계절도 11월이었다.

11월은 서리와 함께 먼산에 눈소식을 전해주었는데

미찌꼬는 이 달도 어김없이 편지를 보낼게 뻔했다.

그녀의 편지속엔 언제나 애틋한 감정이 묻어있었다.

 

 

누군가 설은 추워요 하더니

하루가 지나니 부산도 제법 추웠다.

날씨가 추우니 호들갑스럽게 벌써부터 할매집 아랫목이 그리웠다.

하지만 이젠 할매도 없고 할매집도 사라진지 오래였다.

하지만 할매집 감나무는 여전히

옛주인을 그리워하며 엄동설한에도 그대로 서 있었다.

 

 

갑자기 날씨가 추워져서 그런지 왠지 담배냄새가 더 구수했다.

아마도 어릴때 할아버지 방에서 맡았던 그 냄새가

여전히 잊혀지지 않나보다.

해서 시가를 하나 꺼내어 물었더니

초코렛냄새가 방안에 자욱했다.

역시 시가는 쿠바산이 최고였다.

촌 넘은 아침부터 찻집에서 만난 그 뇨자를 소개해 달라고

전화를 했다.

미친넘 ...............................아이가

니가 지금 제 정신이가 하고 나무랐지만

이넘은 무슨 거머리 귀신이 들렸는지

틈만나면 행님 부탁합니더이 하고 전화질을 했다.

아무래도 뭐가 씌여도 단단히 씌였나본데

돈푼깨나 있다보니 시간이 너무 남아돌아 저 지랄일까 .....

 

 

한데 웃기는건 뇨자도 마찬가지였다..

돈이 있다하니 얼굴은  메주덩어리 같이 못생겨도

심성이 고와보인다나 ....................................우짠다나.

아이고 지랄로 지랄로

(참말로 돌아삐겠네 )

 

 

 

그건 그렇고

모처럼 남포동에 들린김에

서점에 들려 요즘 중학교 1학년 영어책은 어떻게 나오는가해서

한권을 샀더니

생각보다 꽤나 수준이 높았다.

이 넘이 학교 다닐때는

I AM A BOY/

I AM A GIRL 부터 시작 했는데

요즘 교과서는 그런건 초등학교3-4학년때 이미 다 배우는지

어디에도 그런게 없었다.

첫 문장부터 누굴 집엘 데리고 왔는데

 화장이 어떻니 하더니

그 다음 단락은 이민 1세대와 2세대 사이의 언어문제가 어떻고

그 다음 단락은 일본에서 라면의 인기가 어떻고 저떻고 ......................하며

 가르쳤다..

옛말에 등잔밑이 어둡다더니 ..............................진짜 그런가베

 

 

허구한날

그 에럽다던 코리아 타임즈가 어떻고

뉴욕타임지가 어떻고 해사면서 

맨날 영어단어만 찾다가 볼일 다 봤는데

이왕에 하는 것 영작을 좀 더 잘하려면

아무래도 이쯤해서 리피트도 할겸

중학교 교과서 부터

다시 한번 찬찬히 훑어보는게 더 유익하겠다하고

내 딴엔 큰 맘 먹고 샀는데

세상은 이미 저만큼 앞서 갔나보다.

(아이고 그래서 다들 사교육비 사교육비하는가보다....................................)

참말로 등골 휘어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