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 내가 부자였다면

커피앤레인 2009. 10. 23. 15:37

 

 허 혜영 作

 

39984

2009/10/23

내가 부자였다면

 

 

 

내가 부자였다면 물감을 덜 썼을 것이다.

이건 빈센트 고흐가 그의 동생에게 보낸

편지속의 한 귀절이었다.

아마도 고흐 내면 깊숙히 잠재한

가난에 대한 어떤 한이 처절히 느껴지는 그런 대목 같아

그 글을 읽을 때마다  늘 가슴이 아련했는데 .....................

오늘따라 그의 편지가 가슴에 깊이 와 닿는 것은 무슨 이유때문일까.

 

 

 하긴

 한번이라도 유화를 그려본 사람이라면 

그의  말이 무엇인지 금방 알겠지만  

일반 사람들은

그래도 당대 제일의 화가였던 고흐가 이게 도대체 몬말이야,,,,,,,,,,,,,하고 의아해 할지도 모른다, 

 

 

원래 예술이란

 어느 장르이던지 

정직한자의 고뇌의 눈물이었는데

다만

사람들이 그 눈물을 애써 외면하려 했을뿐이었다.

 

 

 

 

암튼

 스케취와 달리 유화는

 물감 값이 사실 장난이 아니었다.

일회용 치약 크기만 색갈 하나를 사려고 해도

메이커에 따라 그 값이 수천원에서 수만원을 홋가했다.

그러니 100호 크기만한 캔버스 한장을 물감으로 매꾸려면

가난한 화가는 그림 이전에

물감 값 부터 더 고민해야 하는게 현실일게다.

 

 

하지만 고흐는 그것을 두려워하기보다는

그것을 이겨나가려고 무던히도 애를 썼던 모양이다,

그러니 재정적 후원자였던 동생 데오에게 편지를 쓰면서

만약 내가 부자였다면 .....................하고

넋두리 아닌 넋두리를 하며 미안함을 표시한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그는 가난에 대한 현실적인 아픔 외에

그림에 대한 두려움 등등을 열거하면서

설혹 실패를 하더라도 그것이 두렵다하여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더 이상 얻을게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며

자신을 채찍질했다.

 

 

 

 

 

물론 

고흐는 후기 인상파에 속하는 화가로서

세잔느와 고갱과 거의 한시대를 누빈 화가였는데

그에 비하면

마네나 /모네는/ 전기 인상파였기 때문에

그들과는 시간적 차이가 꽤나 벌어졌다.

 

 

인상파란 한마듸로

그림을 방안에서만 그릴게 아니라

밖으로 나와 

빛이 실제로 사물에 부딪치는 그것을 그대로

화폭에 옮기고자 한 것인데

당시로서는 아주 파격적인 행태였던지

화단에선 그들을 별로 곱게 보지 않았다고 하였다.

 

 

 

하지만

마네나 모네나 있었기에

세잔느가 있었고 세잔느가 있었기에

고흐가 있었다해도 과언이 아닐텐데

역시 역사는 대중이 아니라

몇몇 선구자에 의하여 변화하는 모양이었다.

 

 

 

내가 만약 부자였다면 .....................................?

물감을 덜 썼을건데 .....................하는 이 말이

오늘따라 귀에 더 깊이 박히는것은 

예술이란게 그리 녹녹치 않다는 것을 말해주는

암시일까?

 

 

하지만

부자였으면 이 무지렁이 같은 넘은

어절시구 좋다하고 딥다

더 펑펑 쓸 수 있을 텐데 .......................

왜 덜 썼을까 ?

 

그게  고흐의 눈물이었다.

그만큼 그는 자기가 쓰고 싶었던 물감을

제대로 구할수 없다보니

자기가 원하는 색을 맞추기 위하여

그나마 궁여지책으로 이색 저색 썩느라 ...................

뜻하지 않게 물감 소비가 많았나보다,

(그러니 손을 벌려야하는 입장에서

동생한테 또 뭔가 말하려니 미안했나보다)

 

 

 

 

한데 자정이 다 되어서

관광업을 하다 이미 손을 놓은 송형이 들렸다.

그는 간암을 앓은지 꽤나 오래되었는데도

술을 그렇게 먹고도 아직도 건재한 걸 보면

꽤나 생명이 끈질긴 친구였다.

그는 술만 취하면 옛 이야기를 하며

 이 넘을 존경한다하며 떠들어대었는데

그나마 그는 돈이라도 많아서 그런지

그를 봐도 그리 슬프진 않았다.

한데 갑자기 머리를 박박 깍은걸 보니

 왠지 마음이 않되어서

아니 머리가 오데 갔는데...................하고 물었더니

그새 항암치료를 받느라고 밀었다나 우쨌다나.

애고......................그랬구나

 

 

그래도 고넘의 술이 고픈건지 사람이 고픈건지

기어이 맥주를 한잔 사고싶다고 사람의 손을 끌어당겨서

-아니야 오늘은 별로 먹고싶지않다 했더니

그래도 기어이 지 술은 먹어야한단다,

그래야 지가 안슬프다나   .................

 

 

그래 ?니가 안슬프다?

그럼 먹지 뭐 

 맥주 몇잔쯤이야 ............하고

강나루에서 주모랑 만희랑 어울려 술을 마시다가  갑자기

벽에 걸린 이슬이라는 시가 마음에 들었는지

-저것 판매하는건가요 하고 물었다.

-시화전에 내 놓은거니까 당연히 팔겠죠

-얼마인데요

-십만원

-십만원?...................그럼 내가 살게요 하더니

현금은 오늘 다 쓰고 없다며 카드로 긁었다.

 

한데 정작 신바람이 난건 주모인 목여사였다.

-오 예

하더니 그자리서 액자를 주섬주섬 떼어 주더니

시인에게 당신 작품 팔렸오........................하고

기별하는게 그렇게도 기쁜지 ...........

술을 파는 것보다 지가 더 기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