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선경作
2009/11/30
만추(晩秋) 그 아름다운 적막
이틀째 비가 내렸고 은행잎들은 앞다투어 땅에 떨어졌다.
중앙동 뒷골목은 이때가 제일 아름다웠는데
거리 거리 수북히 쌓인 은행잎을 밟으며
단 며칠간이라도 낭만을 회상해보는 것도 그리 나쁘진 않을텐데
사람들은 제 코 앞이 바쁜지 그 옛날 남과 여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눈을 싰고 봐도 없었다.
김사겸 감독은 올만에 씨나리오를 한편 썼나보다.
노인이야기를 다루었다는데
원고를 서울로 올려보낸 이후로 아무런 기별도 받지 못했는지
요즘은 그도 뜸하게 중앙동에 나타났다.
중앙동은 십년전이나 이십년전이나 별 변화가 없는 동네였다.
하지만 구석 구석에 숨어있는 맛집은 제법 많았다.
동해 물회집이 그랬고 하동 순대 국밥집이 그랬으며
진주 추어탕집이 그랬다.
금오정은 갈치구이로 유명했고 대궁은 삼계탕으로 여전히 사람들이 북적대었다.
하지만 세월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
도시의 뒷골목을 조금씩 조금씩 변모시켰나보다.
물론 50년 이상 여전히 터줏대감 노릇을 하며
돈을 버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이미 딴 나라로 멀리 이민간 여인도 더러 있었다.
해서 유행가 가사처럼
사랑이란게 원래 영원하지 않는건지
아니면 사람들이 사랑을 할줄 몰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은행잎이 한꺼번에 너무 많이 떨어지니
왠지 멀리 떨어진 여인이 그립고 죽은 사람들 생각에
잠시 마음이 스산하여
바바리를 걸치고
잠시 마음이라도 달래려고 거리로 나왔더니
/오데 가는데 그리 멋을 부리고 나왔능교하며
옆집 아짐씨가 오늘따라 눈꼬리를 살짝 치겨올렸다.
(오델가다니 .............................
낙엽이 떨어지니 마음이 스산해서
행여 떨어진 은행잎이라도 함 밟아볼까하고 나온거지)
오늘은 나도 달빛속을 걷는 베토벤이 되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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