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혜령作
2009/12/22
까불지마라
와이담을 하는걸 보면 대체로 그 인간이 얼마나 머리 회전이 빠른지
나쁜지를 알 수 있었다.
머리 회전이 나쁜 인간들은 대체로 세설이 많았고
머리 회전이 좋은 사람들은 대체로 말이 간결하고
내용도 깊이가 있었다.
시사만화가인 안기태 선생은 아무리 노력해도
음주가무는 않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와이담은 누구보다 더 잘했다.
어제밤에도 둘리의 생일이라고 모두들 노래를 한자락씩 하는데
선생은 도무지 노래가 않되었다.
반면에 이 넘은 실속도 없으면서
워낙 이바닥에서 노래라 하면 내노라하는 축에 끼이니까
뭘하던지 알아 주었는데
모처럼 이쁜 뇨자 생일이라고
김종환의 사랑을 위하여를 함 불렀더니
준비된 곡이니 작업노래니 해사면서 전에 없이 또 시샘을 했다.
해서 꼭 그런건 아니겠지만
선생은 난 노래도 안되고 춤도 안되니
차라리 와이담이라도 하나 하겠다고 자청을 했는데
잼있는건
어느 마눌이 자기 동창들 하고 여행을 떠나면서
지 남편 읽으라고 냉장고 문에다 뭐라 뭐라 써놓았다나 우쨌다나.....
한데 그 글자가 다섯글자로 까불지 마라 였단다.
까/ 까스불 잘 잠그고
불/ 불조심하고
지 / 지퍼 아무데서나 내리지말고
마/ 마눌한테 함부로 전화하지 말고
라/ 라면 많이 사두었으니 알아서 챙겨 먹으라 뭐 그런말이라나.
암튼 그 마눌이 며칠간 여행을 잘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이번에는 남편이 냉장고 앞에 뭐라 뭐라 써놓았더란다.
해서 도대체 이 양반이 뭐라 써 놓았는가 싶어 자세히 들여다보았더니
웃기지마라.......................요렇게 써 놓았더란다.
웃/웃스워죽겠네
기/ 기분이 이렇게 좋을수가
지/ 지퍼를 내리던 말던지
마/ 마눌한테 뭐하러 전화하노
라/ 라면 좋아하시네 했더라나 .......................
암튼 연말연시라 다들 모이면 와이담 한자락씩은 하나본데
이걸 방어진에 있는 어느 뇨자에게 알려주었더니
배꼽을 잡고 웃더니 다시한번 더하란다
저거 손님들에게 가르쳐 준다고 ...
한데 어떤 여류시인은 이 넘을 보고 날라리 천사라고 불렀다.
엥 고게 몬 말이고 했더니
어찌보면 날라리 같고
어찌보면 진국중의 진국이란다.
하지만 꼭 필요할 땐 언제던지 나타나서 지를 도와준다며
그래서 날아다니는 천사 모 요런뜻에서 붙였다나
암튼
그래도 나는 커피님이 좋더라 ......................해사면서
남의 옆구리를 쿡 찔렀는데
날라리가 되었던지 천사가 되었던지
돈이 많이 벌리면 이왕에 천사라는 말도 들었겠다
내 좋아하는 뇨자마다 고생한다고 한 일억씩 팍팍 주고 가고 싶건만
돈도 눈이 삐었제
우째 요 마음씨 좋은 천사에게 그런 심부름은 안시키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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