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까불지마라

커피앤레인 2009. 12. 22. 07:23

 

 전 혜령作

 

40039

 

 

 

2009/12/22

까불지마라

 

 

 

 

 

와이담을 하는걸 보면 대체로 그 인간이 얼마나 머리 회전이 빠른지

나쁜지를 알 수 있었다.

머리 회전이 나쁜 인간들은 대체로 세설이 많았고

머리 회전이 좋은 사람들은 대체로 말이 간결하고

내용도 깊이가 있었다.

 

 

시사만화가인 안기태 선생은 아무리 노력해도 

음주가무는 않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와이담은 누구보다 더 잘했다.

어제밤에도 둘리의 생일이라고 모두들 노래를 한자락씩 하는데

선생은 도무지 노래가 않되었다.

반면에 이 넘은 실속도 없으면서 

워낙 이바닥에서 노래라 하면 내노라하는 축에 끼이니까 

뭘하던지 알아 주었는데 

모처럼 이쁜 뇨자 생일이라고  

김종환의 사랑을 위하여를 함 불렀더니 

준비된 곡이니 작업노래니 해사면서 전에 없이 또 시샘을 했다.

 

 

해서 꼭 그런건 아니겠지만

선생은 난 노래도 안되고 춤도 안되니

차라리 와이담이라도 하나 하겠다고 자청을 했는데

잼있는건

어느 마눌이 자기 동창들 하고 여행을 떠나면서

지 남편 읽으라고 냉장고 문에다 뭐라 뭐라 써놓았다나 우쨌다나..... 

한데 그 글자가 다섯글자로 까불지 마라 였단다.

 

 

까/ 까스불 잘 잠그고

불/ 불조심하고

지 / 지퍼 아무데서나 내리지말고

마/ 마눌한테 함부로 전화하지 말고

라/ 라면 많이 사두었으니 알아서 챙겨 먹으라 뭐 그런말이라나.

 

 

암튼 그 마눌이 며칠간 여행을 잘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이번에는 남편이 냉장고 앞에 뭐라 뭐라 써놓았더란다.

해서 도대체 이 양반이 뭐라 써 놓았는가 싶어 자세히 들여다보았더니

웃기지마라.......................요렇게 써 놓았더란다.

 

 

웃/웃스워죽겠네

기/ 기분이 이렇게 좋을수가

지/ 지퍼를 내리던 말던지

마/ 마눌한테 뭐하러 전화하노  

라/ 라면 좋아하시네 했더라나 .......................

 

 

암튼 연말연시라 다들 모이면 와이담 한자락씩은 하나본데

이걸 방어진에 있는 어느 뇨자에게 알려주었더니

배꼽을 잡고 웃더니 다시한번 더하란다

저거 손님들에게 가르쳐 준다고 ...

 

 

한데 어떤 여류시인은 이 넘을 보고 날라리 천사라고 불렀다.

엥 고게 몬 말이고 했더니 

어찌보면 날라리 같고

어찌보면 진국중의 진국이란다.

하지만 꼭 필요할 땐 언제던지 나타나서 지를 도와준다며

그래서 날아다니는 천사 모 요런뜻에서 붙였다나

 암튼

그래도 나는 커피님이 좋더라  ......................해사면서

남의 옆구리를 쿡 찔렀는데

날라리가 되었던지 천사가 되었던지 

돈이 많이 벌리면 이왕에 천사라는 말도 들었겠다

내 좋아하는 뇨자마다 고생한다고 한 일억씩 팍팍 주고 가고 싶건만

돈도 눈이 삐었제

우째 요 마음씨 좋은 천사에게 그런 심부름은 안시키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