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19
다정도 병이가
누군가 택배로 조끼를 보냈다.
닥스라는 라벨이 붙어 있어서 그런지
옷이 조금 고급스러워보여
날이 조금 풀릴 기미가 보이자 선을 보인답시고
함 걸쳐봤더니 왠 멋...................? 하면서
언 뇨자가 입을 삐죽거렸다.
해서 애인(?)이 보냈다 와? 했더니
앤 많아서 좋겠다며 또 입을 삐죽거렸다.
새해에 들어서자말자 이상하리만치
여기저기 갈 곳이 많았다.
전시회도 그렇고 결혼식도 그렇고
장례식도 두건이나 생겼는데
하나 같이 사람 사는 일이다 보니
외면하기도 그렇고 일일이 다 찾아가려니
그 경비도 꽤나 만만찮았다.
어젠 촌 넘 부친이 돌아가셨다고 하여
보훈병원에 들렸더니
장례예식장이 생각보다 더 깔끔하고
시설도 잘 되어있었다.
한데 무수한 조화들이 늘어서서 그런지
층층이 조화반 조문객 반이었다.
가는 길이라도 아름답게 가시라는 뜻에서 보낸 것이겠지만....
암튼 하얀 국화가 고인의 넋을 달래어서 그런지
저게 다 낭비다 하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았다.
한데 문상을 마치고 나오니
상주들이 기어이 술을 한잔하고 가라고 손을 잡았다.
해서 그냥 나오면 상주들이 너무 서운해 할 것 같아
얼마쯤 죽치고 앉아 주는 쪽쪽 받아먹었더니
초저녁부터 취기가 제법 올랐다.
하지만 이것도 보시겠거니하고
이런저런 위로도 하고 덕담도 나누다
다른 사람 차에 편승하여 돌아왔는데
함께 문상간 친구들이
그냥 헤어지면 몬 재미고 해사면서
또 사람을 끌고 다니는 바람에
나중엔 3차까지 가다보니
거의 새벽 3시가 다 되어서야 집에 돌아왔다.
해서 인간사 모든게 정(情)이고
정이 넘치다보면 그 정에 못이겨
고려 공민왕처럼 다정도 병인양
잠 못이루어 하노라 했겠지만 ........
암튼 술이 없었다면
이 세상은 또 어떻게 변했을까?
하여
울 마눌왈
술을 전혀 안 마시는 쫌생이보다
그나마 한 두잔 걸치는 남자가 훨 매력적이라는데 ..........
술은 뭐니뭐니해도 아들하고 먹는게
난 젤 재미있었다.
해서 큰 넘이 건축설계를 하니까
이젠 제법 말도 통하고 분야도 같기 때문에
프랑크 게리가 어떻고 안도 다다오가 어떻고 해사면서
밤새 씨부렁거려도 지겨운줄 모르는데
마눌은 처음엔 무척 흥미있게 듣더니
나중엔 잠이 오는지 옆꾸리를 쿡 찌르곤
여자친구 기다리는데 .............밤새 애를 잡아 놓고 있다며
저먼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버렸다.
옛말에
자식은 지 자식이 좋고
여자는 남의 여자가 좋다하더니만
술자리도 그런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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