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 직업을 잘 못 선택했나?

커피앤레인 2010. 1. 22. 15:44

 

유 선경作

40071

2010/1/22

직업을 잘 못 선택했나?

 

 

 

나락이 누렇게 익었는데

낫이 말을 듣지 않았다.

해서 겨우 한단 정도만 베고는

낫을 갈러 다니다가 그만 잠이 깨어 버렸는데

나락이 익은 것은 모고

낫이 무딘 것은 또 무얼까?

 

 

아무래도 기도가 부족한 모양이었다.

작정하고 새벽기도를 다닐땐 내가 봐도  

무서우리만치 영이 칼칼한 느낌을 밚이 받았는데

그렇지 않고 흥청망청 돌아다니면

이건 다 퍼진 국수처럼 사람이 영 안일에 휩싸여있거나

아니면 퍽 나약해 보였다.

 

 

해서 구두끈을 다시 맨다고

성경 말씀처럼 정신을 차리고 근신하여

깨어서 기도하라는 말 그대로 다시 한번 더

정상을 노크 하려고 마음을 먹었는데

 

그나마 나락이 다 익었다니 다행이었다.

 

 

수단에 사는 Aisha 한테서 편지가 왔다.

젊고 발랄하고 풍만한 몸매가 퍽 인상적이었는데

현재 수단은 내전 중인지 반군의 횡포가 날로 심하다고 하였다.

젊은 여성은 성폭행을 피하여 이웃 난민촌으로 속속 모여든다고 하였는데

Aisha도 그 중에 하나였다.

부모 형제는 이미 난리 중에 죽었다고 썼는데  

대학생이어서 그런지 아니면 그 나라가 아예 영어를 쓰기 때문인지

영어 작문이 장난이 아니었다.

 

 

하지만 나의 답장은 아주 간략했다.

그도 그럴 것이 쓸말도 짜달스리 없는데다가

영어실력도 그렇게 이우고 붙이고 해사면서

장황하게 늘어 놓을 형편이 아니다보니

요점만 간단하게 써 보내었다니

지딴에 무척 답답했던지 당신에 대하여 더 많은 인포메이션을

알고 싶다고 했다.

 

 

내 생전에 여복이 많다 많다 했지만

이젠 일본/ 중국/독일을 너머 서아프리카 ................................까지

발을 넓히다니

아무래도 난 직업을 잘못 선택했나보다.

차라리 여자와 관계되는 어떤 직업을 선택했더라면

지금쯤 록큰롤 황제였던 엘비스 프레슬리는 못되어도

그 비스무리하게는 되었을건데 .....

역시 인생은 한 순간에 선택이 평생을 좌우하나보다.

 

 

그나저나 낫은 오데서 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