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 마음의 행간

커피앤레인 2010. 2. 2. 11:10

 

 

40082

 

2010/2/2

마음의 행간 (行間)

 

 

 

누군가 동인지(同/한가지 동 人/사람 인 誌/기록할 지)가 새로 나왔다고

마음의 행간(行/다닐 행 間/사이 간)이라는 시집을 한 권 건네주었다.

장근배/ 이형란/ 양찬수/ 임경구/ 김종권/ 전민선/ 민영기/

이남섭/ 심정미/ 임미연/ 윤인구/ 김회성/ 최영자/ 이이화/

정명숙/ 전규철/ 한춘화/ 이혜숙/

하지만 면면을 아무리 훑어보아도 내가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시인이었고 직장인이었다.

 

아마도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그렇게

살아가면서도

그들만의 세계를 여보란 듯이

얼굴을 내 밀었나본데

벌써 3번째 라니 이젠 어느정도 뿌리도 내렸겠다

시 한편 한편이 예사롭지 않아 보였다.

 

 

해서

일부러 한사람 한사람 약력을 훑어보고

적어도 한 편 이상은 애써 읽어보았는데

그게 또 책을 준 사람에 대한 예의 일 것 같고

 도리일 것 같기도 했지만

 

 

암튼 그 중에서도

장근배 시인의

나 먼저 가요........................라는 시는

전라도 사투리가 농익어서 그런지 참 친근감이 갔다.

하지만 

여기에 옮기기엔 분량이 너무 많아

다음 기회로 미루고

어느 시인의 친구인지 아는 언니 인지

암튼 수술 후 식사를 하면서 느낀 

여인들만의 어떤 연민을  그린 시가

그토록 가슴 깊이  와닿아 

공유하는 마음으로 여기 잠시 옮겨 적어본다.

 

 

즐거운 식사

 

 

 

                                    詩/심 정미

 

 

십여 년째 인연 맺어온 그녀와 단둘이

정겨운 밥집에 앉아

한정식 한 상 받았다

 

 

초록색 반찬들이 각자의 색깔로 어울리고

소금 간 배인 조기 두 마리  

간장 조림한 소고기와 제육볶음

익힌 음식을 그녀 앞에 가져다 가지런히 놓으며

한술 떠보시라 권했다

 

 

찬으로 나온 물김치 한 술 떠 넘기며

맛이 예전 같지 않네 약물에 변한 입맛을 탓하며

그녀 가만 가만 웃는다

낮게 깔린 목소리에 웃음이 담겼든가 아니든가

아무 일 아닌 척 모르는 척 괜찮은 척

나도 웃었든가

 

 

성한 한쪽 가슴 옆으로 가슴

평평하게 밋밋하게 재미없게

오므린 입처럼 음푹해졌다는 이야기

이따금 말끝을 흐릴 때 마다

내 가슴 가까이에도 칼 꽃이 피었다 졌다

여자 나이 오십, 사람으로 불릴 때도 되었지

여자에서 사람으로 변화를 꿈꾸는 그녀

 

 

형광등 불빛이 만든 그늘의 안쪽

가난한 밥상같이 그 여자의 이생을

느릿느릿 젓가락이 만드는 가락으로 들으며

오랜 식사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