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 선생님의 겨울바다

커피앤레인 2010. 2. 22. 14:19

 

안 정란님의 작품입니다 (*작가는 지금 시카고 근교에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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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2/22

선생님의 겨울바다

 

 

 

 

지난 늦가을이었다.

백련어에 들렸다가 우연찮게 김남조 선생님을 만났다.

이미 여든이 넘었다는데도

지팡이를 쥐고 다니시는 것 외엔 여전히 정정하셨다.

선생님을 만난 김에 선생님이 쓴

사랑하리 사랑하라는 시집을 한권 내 밀었더니

내 이름옆에 ....선생혜존 김남조라고 친필 싸인을 해주셨다.

오늘은 겨울도 거의 다 지나가는 것 같아 선생님이 쓴

겨울바다 시  한편이라도 올려볼까.

 

 

겨울바다

 

 

                                        김 남조

 

 

겨울바다에 가보았지

미지의 새

보고 싶던 새들은 죽고 없었네

 

그대 생각을 했건만도

매운 해풍에

그 진실마저 눈물져 얼어버리고

허무의 불 물이랑 위로

불붙어있었네

 

나를 가르치는 건

언제나 시간

끄떡이며 끄떡이며 겨울바다에 섰었네

 

남은 날은 적지만

기도를 끝낸 다음 더욱 뜨거운

기도의 문이 열리는

그런 영혼을 갖게 하소서

 

겨울바다에 가보았지

인고(忍苦)의 물이

수심 속에 기둥을 이루고 있었네

 

 

 

*올겨울은 모질게도 춥더니만

너무 추웠다 풀려서 그렇나

요 며칠은 나도 내가 아닌 것 같다.

긴장 했던 일들이 모두 이루어져서 그런 것일까

역시 사람은 너무 좋아도 탈

너무 나빠도 탈인갑다

나도 오늘은 조용히 바닷가에 가서 혼자 하염없이 앉아 있고 싶다.

내 인생은 어디메쯤 가고 있는지

다시 한번 추스려도 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