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정란님의 작품입니다 (*작가는 지금 시카고 근교에 살고 있습니다)
2010/2/22
선생님의 겨울바다
지난 늦가을이었다.
백련어에 들렸다가 우연찮게 김남조 선생님을 만났다.
이미 여든이 넘었다는데도
지팡이를 쥐고 다니시는 것 외엔 여전히 정정하셨다.
선생님을 만난 김에 선생님이 쓴
사랑하리 사랑하라는 시집을 한권 내 밀었더니
내 이름옆에 ....선생혜존 김남조라고 친필 싸인을 해주셨다.
오늘은 겨울도 거의 다 지나가는 것 같아 선생님이 쓴
겨울바다 시 한편이라도 올려볼까.
겨울바다
김 남조
겨울바다에 가보았지
미지의 새
보고 싶던 새들은 죽고 없었네
그대 생각을 했건만도
매운 해풍에
그 진실마저 눈물져 얼어버리고
허무의 불 물이랑 위로
불붙어있었네
나를 가르치는 건
언제나 시간
끄떡이며 끄떡이며 겨울바다에 섰었네
남은 날은 적지만
기도를 끝낸 다음 더욱 뜨거운
기도의 문이 열리는
그런 영혼을 갖게 하소서
겨울바다에 가보았지
인고(忍苦)의 물이
수심 속에 기둥을 이루고 있었네
*올겨울은 모질게도 춥더니만
너무 추웠다 풀려서 그렇나
요 며칠은 나도 내가 아닌 것 같다.
긴장 했던 일들이 모두 이루어져서 그런 것일까
역시 사람은 너무 좋아도 탈
너무 나빠도 탈인갑다
나도 오늘은 조용히 바닷가에 가서 혼자 하염없이 앉아 있고 싶다.
내 인생은 어디메쯤 가고 있는지
다시 한번 추스려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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