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 즐기세 이 사람아

커피앤레인 2010. 2. 25.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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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2/25

즐기세 이 사람아  

 

 

 

 

겨우내 내버려둔 플라스틱 화분이

잡초로 새파랗다

봄이 왔나보다.

예전엔 홍매화 /백매화를 돌보느라 분주했지만 

이젠 그것도 삶의 궤적을 따라

부침이 유난스레 서러워서인지

오늘따라 비가 내렸다.

 

 

비가 내리면 항구는 더 고요했다.

이미 정박한 배들조차 움직일 기미가 없자 

밤 늦도록 고소한 단맛에 젖어버린 

괭이갈매기들조차

오늘만이라도

우리가 언제부터 이렇게 살았나하고

스스로 슬퍼하는걸까

아니면 인간들이 던져준 새우깡을 한번 이라도

안먹어여 ........................하고 저항이라도 하는걸까

암튼 자갈치 아지매도 그렇고 어시장도 그렇고

성가시도록 똥을 싸고 달아나던

괭이 갈매기들이 없으니

바닷가도 죽은 듯이 고요했다.

 

 

하지만 이미 봄은 풋풋한 여인의 향기처럼

아름답고 싱그럽게 닥아왔다.

설혹 겨우내 한쪽 젓가슴을 도려내었다해도  

여인은 여인이듯이

봄의 향기는 마음에서 눈으로 전달되어

겨우내 내버려둔 흙더미 속에서도

잡초를 길러냈다.

 

 

 

해서 이 바보같은 사람들아

그대 수명도 백년 안쪽이거늘

몰 그리

프린트 된 종이를 못 잡아 안달이여

 

그냥 비오는 창가에 기대어 

커피라도 한잔 마시면서  

그대 인생이나 즐기세

그게 당신의 참 모습이잖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