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 둥근 보름달이 뜨는 날

커피앤레인 2010. 2. 28.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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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2/28

둥근 보름달이 뜨는 날  

 

 

 

둥근 보름달이 뜨면 뭘 기원할까

사람들은 보름달을 조금이라도 더 일찍 보기 위하여

일찌감치 해운대에도 모였고 태종대에도 모였는데

작년 이맘 때는 달 집에 불이여.................. 하고 해운대 백사장에선

사물놀이 패들이 한바탕 흥을 돋우었다.

 

 

이집트는 예로부터 해를 무척 좋아해서

해가 지는 곳에 신들이 산다고 믿었지만

울나라 사람들은 심성이 달 하고 너무 잘 맞아서 그런지

달밤에 떡도 빚고 사랑도 하고

이별도 하고 그리고 귀 밝게 술을 마셨는데 .

 

 

해서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 ..................하고

노래를 불렀는지는 모르겠지만

오늘은 갯가를 고향을 둔 김태시인의 시를

한 수 올려볼까한다.

 

 

보름달에 어찌 풍류가 없을 수 있으며

시 한 수 없단말인가.

 

 

하여

달을 보며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마음인지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마음인지

그건 각자의 처지에 따라 다 다르겠지만

암튼

간 밤에 뜬 둥근 달을 보며

나도 내 고향이 그립고

어머니가 그립고 아버지가 그리운건

어느 가을 날 한가한 보름달에

내가 태어나서 그런건지

오늘따라 어머니가 끓여주던 그 미역국이

그리 그리울 수가 없는건

그리움이나 아쉬움 때문에 그런 것만은 아니겠제

 

 

바람에 떨리는 잎사귀처럼

 

 

                                 詩/김 태

                           

땅에 떨어진 플라타너스 잎사귀 같은

당신의 손을 잡았습니다

나뭇등걸처럼 누웠어도 손은 따뜻했습니다

여든이 넘었어도 힘이 배여 있는 손바닥에는

오랫동안 노 저은 자국이

따개비처럼 박혀 있었습니다

내 손 안에서 당신의 손이

바람에 떨리는 잎사귀처럼 울었습니다

이제 꿈길도 편안하게 걸어갈 수 없는가 봅니다

어렵게 잠이 들자 잡았던 손을 놓았습니다

창가에는 구덕산 소나무들이 어룽거렸습니다

이십 일이 지나도록 걷지 못한

당신의 다리를 보았습니다

어릴적 백 번이고 이백 번이고 세어가면서 주무려드렸고

새벽 어장터 나갈 때마다 물장화 신었던 다리입니다

바다를 뛰어 건널 것 같은

예전의 다리가 아닙니다

가덕도 세바지 깊은 바다에서

갓 잡아 온 대구가 초가 추녀 밑에서

뱃구레가 훌쭉해진 것처럼 되고 말았습니다

당신은 고기잡는 꿈을 꾸시는지 

천장에 대고 소리치고 팔을 내저었습니다 

나는 죄 지은 사람처럼 당신이 깨기 전에

병실을 나왔습니다


    *  세바지 : 가덕도에 있는 마을 이름

 

                 -2009.12.18 한국시낭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