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 사람은 요런게 참 맛이여

커피앤레인 2010. 4. 18. 11:53

 

여류화가 서 혜연作/망각  

 

 

40156

2010/4/18

사람은 요런게 참 맛이여

 

 

 

팔이 안으로 굽는다더니 꼴랑 옷을 벗고

목욕을 하는데도 아는 집을 더 찾았다.

한데 요 아짐씨는 지나나나 별로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와 그동안에 안왔는데예 하고 ...............은근히

사람을 다그쳤다.

해서

내가 올땐 언제나 신랑이 있거나 딸이 있더만 뭐

이젠 목욕을 할 때도 눈도장을 꼭꼭 찍어야 하는가베 했더니

지라서도 우스웠던지 그러고 보니 말되네예 하더니

커피라도 한잔 하이소 하고 

기어이 100원짜리 커피를 한잔 뽑아주었다.

 

 

한데 목욕탕에 들어가서 벌거벗은체

세월아 네월아 ,,,,,,,,,,,,,,,,,,하고 탕속에 틀어박혀

이리저리 눈을 돌렸더니 물건같은 물건은 하나도 안보이고

한시(漢詩)만 한줄 눈에 들어왔다.

 

 

해서 이리보고 저리보고 아무리봐도

어디서 많이 본듯한데

도무지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아니 내가 저걸 어디서 봤지 .................................하고

목욕을 마치고 맴맴하고 삼실에 돌아오니

아니 .........................이게 모야

바로 내 필통에 앞에 적혀있는 두보의 시였다.

한데 난 그때까지 그게 한문으로만 보았지

두보의 시인줄은 까마득히 몰랐다.

해서 다시보니 두보의 시라고 누군가 적어두었는데

 

 

강벽조유백/江碧鳥逾白

산청화욕연/山靑花欲然

금춘간우과/今春看又過

하일시과년/何日是歸年

 

 

강물이 푸르디 푸르니 물새는 더욱 희게 보이고

산이 푸르니 꽃은 불타오르는구나

올 봄도 이렇게 지나가니

어느세월에 고향으로 돌아간단말인가..................하는 싯귀였다.

 

이 시는 두보의 5언절구(五言絶句)로서 꽤나 유명한 시였다.

 

 

당대 최고의 시인(시선/詩仙)이라는

이백(701-762) 또는 이태백이 701년 생이니까

시성(詩聖)이라고 불리운  두보(712-770)는 712년생이므로

이백보다는 11살 아래이지만

짧은 기간동안 서로 호형호제하고 술잔을 기울며 시를 읊었다하니

그 재미가 어떻했을까마는

암튼 서로의 시풍은 전혀 달랐나 보다.

해서 이백을 로만티스트라고 하고 두보를 리얼리스트라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두보의 시엔  비애가 그렇게 절절히 흐를수가 없었다.

 

 

강벽조유백,,,,,,,,,,,,,강물이 푸르디 푸르니 물새는 더욱 희게 보이고

하일시과년....,,,,,,,어느 세월에 고향으로 돌아간단 말인가

 

 

한데

발가벗고 두보의 시를 보는 것 하고  

삼실에 돌아와 옷을 입고 두보의 시를 보는 것 하곤 

뭔가 좀 달랐다.

해서 시는 역시 뭐니뭐니해도  

무심(無心)에서 읽어야 제 맛인 것 같은데

앞으로 시 낭송회는 목욕탕 같은데서  하면 어떨까

(문화예술을 하는데 설마 풍기문란이라고 잡아가진 않겠제 ㅋㅋ)

 

 

 

그나저나 당대의 유명한 시인으로  

이태백이나 두보 외에도

백거이 또는 백낙천이라는 걸출한 시인도 있었다는데   

그는 772년에서 848년을 살았으니까 

이백이나 두보에 비하면 좀 후대의 사람인 것 만은 틀림없었다.

 

 

한데

울나라 사람에 비해

일본사람들은 두보나 이백보다

백거이의 시를 훨 좋아한다고 했는데

이유인즉 일본사람 특유의 심성과

백거이의 불교적 정신세계가 잘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하긴 도림선사와 백거이의 일화는 참 유명하였다.

 

 

 

이미 일면식이 있었던 백거이가

강주자사가 되어 인사차 다시 도림선사를 찾았더니

마침 선사께서 흙벽을 바르는 중이었다.

해서 뜻하지 않게 자사를 정중히 모시지 못한 염치도 있고 해서 그런건지

선사께서 대뜸 한다는 말이

자네는 군자인가 소인배인가 ...............하고 물었다나 우쨌다나  

백거이가 황급결에 대답하기를  

군자가 되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만 ,,,,,,,,,,,,,,,하고 말끝을 채 마치지 못하자

 

도림선사가 흙벽을 바르다가

흙이 다 떨어졌다며 흙판을 두드리자

백거이가 얼른 두 손으로 흙을 그 위에 올려놓았는데

선사왈

/자네가 그 유명한 백거이란 말이지 백거이....하니까

백거이 왈

/예  제가 백거이입니다 하고 대답을 하자

선사왈

/겨우 흙이나 떠 주는 사람이구먼 ...........했다나 우쨌다나

한데 더 잼있는 것은

백거이 왈

/과찮의 말씀입니다 하고 허리를 숙였다나  

ㅎㅎㅎ요런게 사람의 참 맛이여.  요런게 .....................................

 (요 소인배들아 알았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