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5/26
고추를 심으며
땅은 정직하다 했던가
고추묘종 몇그루를 산 다음
사각으로된 콩나물통에 흙과 거름을 넣고
욕심껏 네 그루를 심었더니 벌써 고추부자가 된 것 같았다.
하지만 도심에서 흙을 구하기란 말처럼 그리 쉽지 않았다.
해서 공원 주위에 버려진 밭에가서
흙과 거름을 살짝 걷어왔더니
그것도 내 것이 아니라서 그런지
뒤가 자꾸 돌아보였다.
산다는건
어차피 자기와 싸우는 것인데
이왕이면 땡초처럼 맵고 아싹한게 좋겠지 ......................하고
땡초묘종을 샀는데
솔솔한 수확은 꼬마 토마토도 그리 나쁘진 않았다.
해서
네 귀엔 땡초를 심고
중앙엔 꼬마 토마토 두 그루를 심었는데
작년의 예로 보아
한 여름쯤이면 땡초는 심심찮게 밥 반찬이 되었고
꼬마 토마토는 초가을 무렵 흐들스럽게 늘어진
가지 사이로 바알갛게 익었을 때
여인의 볼을 깨물듯 한 입 덥썩 깨물면
한 소쿠리 3천원 하고 이름도 없이 떠 밀려온
남의 토마토보다 훨 정겹고 기쁨도 배가 되었다.
하지만 멀쩡한 아파트 베란다에
언제 물을 줬는지
말라 비틀어 질 대로 비틀어진 식물을 보면
저 집 여잔 밤에 샤워나 하고 잘까? 하고
괜한 걱정을 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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