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 고추를 심으며

커피앤레인 2010. 5. 26. 12:16

 

 

 

2010/5/26

고추를 심으며

 

 

 

 

 

 

땅은 정직하다 했던가

고추묘종 몇그루를 산 다음

사각으로된 콩나물통에 흙과 거름을 넣고

욕심껏 네 그루를 심었더니 벌써 고추부자가 된 것 같았다.

 

하지만 도심에서 흙을 구하기란 말처럼 그리 쉽지 않았다.

해서 공원 주위에 버려진 밭에가서

흙과 거름을 살짝 걷어왔더니

그것도 내 것이 아니라서 그런지

뒤가 자꾸 돌아보였다.

 

 

산다는건

어차피 자기와 싸우는 것인데

이왕이면 땡초처럼 맵고 아싹한게 좋겠지 ......................하고

땡초묘종을 샀는데

솔솔한 수확은 꼬마 토마토도 그리 나쁘진 않았다.

 

 

해서

네 귀엔 땡초를 심고

중앙엔 꼬마 토마토 두 그루를 심었는데

작년의 예로 보아

한 여름쯤이면 땡초는 심심찮게 밥 반찬이 되었고

꼬마 토마토는 초가을 무렵 흐들스럽게 늘어진

가지 사이로 바알갛게 익었을 때

여인의 볼을 깨물듯 한 입 덥썩 깨물면

한 소쿠리 3천원 하고 이름도 없이 떠 밀려온

남의 토마토보다 훨 정겹고 기쁨도 배가 되었다.

 

 

 

하지만 멀쩡한 아파트 베란다에

언제 물을 줬는지

말라 비틀어 질 대로 비틀어진 식물을 보면

저 집 여잔 밤에 샤워나 하고 잘까? 하고

괜한 걱정을 하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