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 언제 저녁이나 함 합시다

커피앤레인 2010. 6. 14. 15:49

 

여류화가/유 선경작 

2010/6/14

언제 저녁이나 함 합시다

 

 

 

 

나는 멀리서 들려오는 전화소리에도 참 민감했다.

해서 이 사람이 지금 제정신인가 아닌가를 단박에 알아챘는데

바람난 여자의 목소리는 더더구나 더 잘 알아냈다.

때문에 뭔가 필이 좀 삐리하다 싶으면

/ 너 몬 일있니  ....................하고 은근슬쩍 물어보면

상대는

이상은 몬 이상 ................하면서 극구 변명하였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예전처럼 정이 그리 느껴지지 않았다.

그럴 때 나는 먼저 마음의 이삿짐부터 꾸렸는데

사랑은 일방적이어서도 않되지만

굳이 싫은 사람을 붙잡아 두는 것도 멋 없는 짓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해서

남녀의 사랑은 언제나 온유하고 오래참고 모든것을  견디며 모든것을

참는 게 아니라

서로가 한결 같아야 하고

보편적이면서 평등해야 하고

그리고 또 각별해야 한다는게 나의 지론이었다.

 

 

해서 일방적이거나

한쪽으로 밀리는건

비인격적이고 비신사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누군가 빠이빠이 한다면 

미련없이 김소월의 싯귀처럼 

영변의 약산 진달래 꽃을 따다가 

가시는 걸음 걸음 고이 뿌리이다 했듯이

그에게 붉은 장미를 한다발 보내었다.

왜냐하면 지나간 사랑도 그만큼 아름다웠다...........................는

내 나름대로 결별선언이었다.

 

 

지난 주말 오래동안 머리 속에서만 맴맴돌던

신축건물 디자인도 끝났고 견적도 다 완성되었고 

집주인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모형제작도 다 끝내었더니

그새 시간이 그렇게 많이 흘러갔는지 시계를 보니

새벽 4시가 훨 넘어서고 있었다.

 

 

아이고 이게 모꼬..........................해사면서

잠깐이라도 눈을 부친다고 부친게 10시가 훨 넘었다. 

해서 대충 싰고 늦은 아침을 먹고 있는데

누군가 전화를 삐리리 때렸다.

/아 여보세요 .................하는데

전혀 낯선 여자의 목소리 였다.

아니 이 여자가 누구지?

지나간 여자들 목소리를  하나 둘 기억해봤지만  

전혀 감이 오지않았다.

/사장님 이십니까

잠시만요 전화 바꾸어 드릴께요 .................하더니

굵은 남자 목소리가 귀를 어지렵혔는데

/오늘 미팅하기로 한 날 아닌가요?...........

아 그러고 보니 그 집 아짐씨 목소리였다.

/아 네 다되었습니다

제가 간밤에 늦게 까지 일을 해서

지금 밥을 먹고 있는 중입니다. 식사 끝나는데로 곧 찾아뵙겠습니다 했더니

기다릴테니 걱정하지 말고 천천히 오라고 했다.

 

 

 

 

해서 느긋하게 아침 식사를 즐긴 후 커피포터에 물을 올린 다음

잠시후에 있을 프리젠테이션을 생각하며

커피 맛을 음미하면서

프리젠테이션은 아무래도 찬찬히 그리고 천천히 설명을 해야

저들이 알아들을 것 같아

 

 

설계 도면과 견적서와 모형을 가방에 챙긴 후  

미팅장소로 향하였더니 부부가 반갑게 맞이 하였다. 

 

 

 

언제나 그랬지만

건축은 항상 추가공사비가 문제인데

이번엔  아예 견적서에  그걸 다 반영하여

상대로 하여금 선택을 하게 하였더니 

 

 

상대는 이 넘이 설계도면과 견적서만 챙겨 올 줄 알았지

모형까지 만들어 올 줄은 미쳐 생각지도 못했는지

진짜 이렇게 지어집니까 .....................하고

부부가 무척 신기한 듯 자꾸 모형을 들여다 보며

조그마한게 정말 앙징스럽고 예쁘네...................하고 칭찬을  했다.

 

 

해서

설계도면을 중심으로

 여기는 주방 여기는 화장실

여기는 홀 하면서

출입문은 자동문으로

 다른 창들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생각해서

그 크기와 배치를 했다며

3층 건물에 대한 디자인 의도를 자세히 설명했더니

이렇게 지으면 돈은 얼마나 듭니까 하고

그게 궁금했는지 견적서를 보여달라고 하였다.

 

 

해서 견적서 내용을 세세히 설명을 했더니

그렇죠 그 정도는 들겠죠 하더니 

언제 저녁이나 함 합시다 .......................부부가 시간을 잡으라고 했다.

 

 

하긴

옛말에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했는데

일은 고사하고 상대가 너무 수고 많이 하였습니다 하고

존경을 표시하니 그동안의 피로가 확 풀리는 듯 했다.

 

 

해서 그런지

지난 주말은 올만에 아주 홀가분하게 산행을 즐겼는데

저녁엔 그래도 백성된 도리로서

대......................한민국을 외친답시고  

붉은 티셔츠를 입고 롯데 백화점 응원장엘 갔더니

그 넓은 터에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한데 누군가 이 넘을 알아보곤

와 그 나이에도 열정이 있네요 해사면서

사람을 또 실실 놀렸다.

(문디 가스나 지랄안하나

내가 있는 것이라곤

시간하고 돈하고 불알하고 열정 밖에 없는데 그럼 그것도 없이

이 대한민국에서 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