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 살찐 거울속의 한 여자가

커피앤레인 2010. 8. 6. 10:30

 

여류화가 /유 선경作

40191

2010/8/6

살찐 거울속의 한 여자가

 

 

 

 

울산엔 태화강과 십리 대밭길만 있는줄 알았더니

울산 詩人들도 있나보다.

우체국 대합실 서가에 꽂인 시집중에

울산 詩를 한권 꺼내었더니

장 승재 시인의 일기가 눈에 띄었다.

 

시인도 나처럼 일기를 쓰는걸까?

 

 

일기

 

.                                장 승재

 

 

나 일기를 쓴다

나를 위하여 보다 나의 자손을 위하여

언젠가 나 이 세상 떠났을 때

애들아 할애비는 이렇게 

어지럽지만, 재미있게 살았노라고 

한 말씀 남기기 위하여 

라기보다, 나 스스로 합당한 변명을 위하여 

그래서, 오늘보다 내일에 더 옹골찬 삶을 위하여 

나 일기를 쓴다.

 

 

어찌 알겠는가 ?

나 다시 태어나

헌 책방이나 쓰레기장에서 

내 일기장을 찾게될 때 

그 얼마나 반가우랴.

아니, 매일을 그 옛날처럼 안 살게될테니 

그 얼마나 신선하고 신나는 나날이겠느냐 

그래서 나 빠트리지않고 

일기를, 부지런히 일기를 쓴다.

 

 

....이런 망상 때문에 거짓은 없다.

 

 

 

장승재 시인의 시는 여기서 끝이났다.

한데

몇장 건너

주 여옥 시인의 거울 앞에서...........................라는 시가

꽤 눈길을 끌었다.

 

 

 

거울 앞에서

 

                      주 여옥

 

 

여자가

장식을 하나씩

달아가는 것은

젊음을 하나씩

잃어가는 때문이다.

 

 

어느 여류시인의 시 구절처럼

좋아하지도 않는 화장을 하고

액세사리를 손에, 귀에 차례로 해본다

 

 

젊었을 땐 참 예뻤겠네요?

타인의 말이 위안처럼 느껴져

고마운 인사도 따사롭지 않는 건 진정이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짧은 걸까

새삼 나이를 헤아리며

한때 소중함을 몰랐던 젊음을

한순간 도둑맞은 듯,

아쉬움이 남았는지 ?

죄 없는 거울을 노려보며

넋두리 같은 독백을

늘어놓고 있다

 

 

살찐 거울속의 한 여자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