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류화가 /유 선경作
2010/8/6
살찐 거울속의 한 여자가
울산엔 태화강과 십리 대밭길만 있는줄 알았더니
울산 詩人들도 있나보다.
우체국 대합실 서가에 꽂인 시집중에
울산 詩를 한권 꺼내었더니
장 승재 시인의 일기가 눈에 띄었다.
시인도 나처럼 일기를 쓰는걸까?
일기
. 장 승재
나 일기를 쓴다
나를 위하여 보다 나의 자손을 위하여
언젠가 나 이 세상 떠났을 때
애들아 할애비는 이렇게
어지럽지만, 재미있게 살았노라고
한 말씀 남기기 위하여
라기보다, 나 스스로 합당한 변명을 위하여
그래서, 오늘보다 내일에 더 옹골찬 삶을 위하여
나 일기를 쓴다.
어찌 알겠는가 ?
나 다시 태어나
헌 책방이나 쓰레기장에서
내 일기장을 찾게될 때
그 얼마나 반가우랴.
아니, 매일을 그 옛날처럼 안 살게될테니
그 얼마나 신선하고 신나는 나날이겠느냐
그래서 나 빠트리지않고
일기를, 부지런히 일기를 쓴다.
....이런 망상 때문에 거짓은 없다.
장승재 시인의 시는 여기서 끝이났다.
한데
몇장 건너
주 여옥 시인의 거울 앞에서...........................라는 시가
꽤 눈길을 끌었다.
거울 앞에서
주 여옥
여자가
장식을 하나씩
달아가는 것은
젊음을 하나씩
잃어가는 때문이다.
어느 여류시인의 시 구절처럼
좋아하지도 않는 화장을 하고
액세사리를 손에, 귀에 차례로 해본다
젊었을 땐 참 예뻤겠네요?
타인의 말이 위안처럼 느껴져
고마운 인사도 따사롭지 않는 건 진정이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짧은 걸까
새삼 나이를 헤아리며
한때 소중함을 몰랐던 젊음을
한순간 도둑맞은 듯,
아쉬움이 남았는지 ?
죄 없는 거울을 노려보며
넋두리 같은 독백을
늘어놓고 있다
살찐 거울속의 한 여자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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