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 흘러 그렇게 가다보면
강은 그렇게 흘러흘러 바다로 갔고
세월은 연연히 흐르는 강물처럼
사람을 실어 날랐다.
오는 사람이 있으면 가는 사람이 있었고
정을 준 사람이 있었으면
정을 끝내 아픔으로 되갚으며 떠난 사람도 있었다.
인생이 뭔지도 모르면서
끝내 순수에 취해 차를 마시듯이 그렇게 산 삶이
가정을 이루었고
가정은 마침내 야시 같은 마눌도 있었고
토끼같은 자식도 있었다.
하지만 끝내 밉지 않은 것은
어릴 때 취한 조강지처이기 때문이리라
밤 10시 35분
마눌에게서 뜻밖에 전화가 걸려왔다.
아니 이 밤에 뭔 일이지?
하지만 내 전화는 시간만 찍혔지
더 이상 아무런 정보도 제공하지 않았다
혹시 고독이 지겨워 잠 못이루는건 아니겠지
아니야 큰 넘이 장가를 간다더니
갑자기 날이라도 잡은걸까
아니면 호주에 간 작은 넘 보러 잠시 다녀오겠다고
통보라도 하는걸까
밤새 혼자 끙끙앓다가
(*밤이 깊으면 난 절대 마눌한테 전화하지 않았다)
/여보 왜 전화했오?
하고 마눌이 아침녘에 되레 이넘에게 궁금한 듯 물었다.
/아니 몬 전화?
난 당신이 그 야밤에 왠전화고 ....................했는데
/아니 내가 와 전화해요 ?당신이 먼저 해놓고서는
/그래?
그러고보니 어느 여류시인에게 전화한다는게
야시같은 마눌의 휴대폰을 잘못 건드렸나보다.
(아뿔싸)
/그래 , 잘있죠? 걱정이 되어서
/걱정은 몬 걱정 .우린 다 잘있으니까 당신이나 잘 챙기세요
/그러지.
전화를 끊고나니
노란 은행 잎이 간밤에도 그렇게 몸부림을 쳤는지
창가에 수북히 쌓인체
서로 등을 비비고 누워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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