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류화가/ 오 정민作
디자이너로 사는 즐거움은
아이디어 작업은 거의 다 끝났고
내일부턴 드로잉 작업에 몰두할게 분명했다.
불과 열흘이 지났지만 지난 열흘은 정말 기분좋은 날들이었다.
조금은 음산하고 을씨년스러웠지만
첫눈도 맞았고 두번의 작업여행도 마쳤으며
현자도 수영이도 정옥네도 만났으니 이보다 더 즐거운 일이
또 오데 있을까?
망중한을 즐기며 롯데백화점에 잠시 들려
영풍문고에서 중국어에 관한 새로운 책 한권을 샀다.
엊그저껜 남포문고에 들려 네이티브들이 즐겨쓰는
영어회화 책을 또 한권 샀는데
이는 내일부터 또 새로운 공부를 하기 위한 준비였다.
원래 디자인이란 직업은
그리 돈이 되는 직업은 아니었다.
하지만 디자인을 하는 동안 그 자부심은 돈하고는 바꿀 수 없는
즐거움이 가득했다.
해서
하얀 벽을 생각하면서 아련한 동심을 떠 올렸고
모시로 만든 보를 이리저리 전개하면서
우리네 어머니들이 앓았던 그 가슴앓이를 공유하며
나는 또 디자인이라는 매력적인 직업에 빠져
혼자 상상의 바다를 헤집고 다녔다.
그나마 요즘은 조금 형편이 나은 편이었다.
해서 밤이 이슥하도록 술잔을 나누면서
인생을 논하고 철학을 논하고 종교를 논하였다.
그러다 날이 새면
또 언제 내 그랬나 ? 하고
손으로 짠 긴 마후라를 뒤로 젖힌 채
광복동을 누비며 나 이런 사람이다. 와 .................하고
짐짓 허세를 부렸다.
한데
도꼬니 이끼마스까?(어딜 가시죠)
도꼬니, 도꼬니?(어디지?)
일본인 젊은 부부가 갖난 애기를 데리고 첫 부산나들이를 했는지
로드맵을 손에 쥔체 사방을 두리번 거렸다.
갑자기 바람이 쌩쌩 불었고 유모차를 탄 아이는 여전히 잠을 자고 있었다.
스미마셍까, 도꼬니 이끼마스까?(실례합니다. 어딜 가시죠?)
아! 고꼬니.................(아, 여기에)
고꼬니? (여기)
(아 ,이사람들 광복로를 찾는 모양이구나.)
아소꼬니............................(저기에)
아! 아리가또 고자이마스(아! 감사합니다)
일요일 오후 난 또 혼자가 되었다.
하지만 머리속은 여전히 새로 만들 커피 숍 디자인으로
온갖 상상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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