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은
사람은 누구나 마찬가지이겠지만
자기를 알아주고 찾아줄 때 제일 반가운 법이었다.
그런점에서 보면 나도 결코 예외는 아니었다.
누군가 나에게 디자인을 의뢰하거나
공사를 맡기면 난 하늘을 날듯이 기뻐했다.
그만큼 나를 신뢰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었다.
대개의 경우
나는 입찰에 참가하거나 광고를 하거나
아니면 시도 때도 없이 오도방정을 떨며
나를 선전하지는 않았다.
30여년간
한결같이 나를 찾아오는 사람들만 만났기 때문에
디자인이나 공사관계로
괜히 마음을 졸이거나 아니면
하지도 않을 일을 헛되이 기다리며 시간을 낭비하지도 않았다.
때문에 나역시 내 밑에서 일하는 일꾼들이나 업체들을
실없이 오라가라 하지 않았는데
일단 공사가 떨어지면
디자인이나 설계도면을 주고 난 뒤
계략적인 설명을 하곤 견적서를 내보라하였는데
견적서가 올라오면 제대로 된 견적서인지 잠시 훑어보곤
그 자리에서 네고(Nego)價(가)를 협의하곤
싸인을 하였다.
해서
내 일꾼 중에는
거의 반평생을 나와 함께 따라다니는 일꾼들이 꽤 많았는데
실내장식이 되었던지 건축이 되었던지 내 일꾼들은
양쪽 다 사람들이 순하다보니
건축주들이 노가다 치곤 너무 순하다며 참 신기해 했다.
그럴 때 마다 이 넘왈
지 애비(여기서는 내가 총대장이니까 난 늘 이렇게 불렀다)가 순한데
그라면 그 씨가 오데로 가겠어요 ......................? 하고 우스개소리를 하며
박장대소를 했다.
오늘 블로그에 올린 사진은 상림에 있는 수영이네 집인데
바로 그 집 2층이 앞으로 이 넘이 디자인할 Coffee Shop 겸 Restaurant이었다.
겉으로 보기엔 황량한 벌판에 집 한채만 덩그렇게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 앞이 온통 숲이었고 위천이라는 내(川)가 흐르고 있기 때문에
여름엔 아예 발을 디딜수 없을 정도로 사람들로 가득했다.
한데 올만에 내가 일을 한다니까
송재선생님이 벌써부터 관심이 대단한가 보다.
/언제부터 공사를 시작하는데 ?
/디자인을 할려면 아무래도 25일정도는 걸리니까 공사는
구정 지나고 나서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 그럼 그 때 나도 김 석규시인일랑 함 가볼까?
(함양은 김 석규 시인의 고향이었다)
/아이고 그러면 좋죠
오신다면 제가 두분을 위하여 모든걸 준비하죠.
하지만
난 나를 믿고
디자인을 의뢰하거나 공사를 맡기는 사람을 무엇보다 좋아했다.
물론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나의 실력을 믿고 좋은 작품을 하나 만들어 달라는 그 믿음이
나로 하여금
밤도 낮도 없이 그리고 지우고 또 그리고 지우고를 계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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