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는 잠 못이루고
매양 하는 일이지만
면분활을 하려니 트레싱지가 남아돌지가 않았다.
(아직도 나는 여전히 트레싱지 위에 도면을 그렸는데.....컴퓨터는 아무래도 내 적성이 아닌 것 같았다.)
해서 종이 위에 그리는 도면이지만
마치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노량해전을 치르는 것 처럼
머리 싸움이 자못 치열했는데
남이 보기엔 종이 위의 1mm가
모가 그리 대단하노 할진 모르지만
현장에서는 10cm의 공간이 죽기도 하고 살아나기도 하기 때문에
내게 있어서 1mm는 굉장히 소중한 칫수였다.
해서 여러번 같은 작업을 반복하며
이리 찢고 저리 찢다가 마침내 원하는 Space를 찾아내면
그땐 마침내 득도한 사람마냥 마음이 한결 편안했다.
하지만
어제밤엔 이젠 평면도는 다 되었다고 내심 큰소리깨나 쳤는데
마음 한구석엔 여전히 뭔가 의심스러운 구석이 있었다.
해서
이리 찢다 저리 찢다 결국 완성도 3장을 찢고 나서야
비로소 조그마한 빈틈을 찾아내자
죽었던 동선이 살아나고
그토록 넣고 싶었던 원형탁자 2조도
무난히 제자리를 찾았는데
4각탁자보다 원형탁자를 선호한 것은
모든 탁자가 다 4각이면 너무 딱딱하기 때문이었다.
한데
도면 작업은 또 그렇다치고
또 다른 고민은
주어진 주변 풍경과 이 넘이 원하는 디자인 컨샢과
Coffee Shop 이름이 딱 떨어져야하는데
그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해서 어떤 사람들은
점쟁이에게 돈을 주고 돈버는 이름 좀 지어주이소 ...............하고 매달렸는데
이 넘을 찾는 인간들은 우예된 판인지
그것도 사장님이 알아서 지어주이소하고 떠 미루기가 일쑤 였다.
해서 저녁 내내 머리를 싸매다가
*봄/여름/가을/ 겨울
*숲속의 첼리스트
*고독한 산보자의 꿈
*모나리자 .............................등등
온갖 좋은 이름이라는 이름은 다 끌어모았는데
요즘은 트렌드가
스토리가 있어야 ...........................제 맛이다는 추세여서
아무래도
공주는 잠 못이루고 ...................를 하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는데
(맨 마지막 결정은 아직 나도 잘 모른다)
암튼
숲과 공주는 뭔가 참 잘 어울릴 것 같기도 하고
또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에 나오는 아리아 제목이기 때문에
대중에게도 그리 낯선 이름도 아닐 뿐 아니라
그에 못지않게
투란도트 공주를 사모하는 칼라프 왕자의
그 아름다운 노래소리를 한번쯤 들어본 사람은
그의 높고 큰 고음만 들어도 전율이 오싹할텐데
잠 못 이루는 투란도트 공주를 위해
참수형도 마다하고 뛰어든 그 용기에 반해
공주는 잠 못이루고............................를 일단 선택했는데
만에 하나 전국각지에서 온 사람들이
지리산 자락에 뻗어있는
백전/유림/산청/함양 상림 숲 근처에 모여 밤을 지새우며
여름 별 밤을 보다가
문득 향이 좋은 원두 커피가 마시고 싶을 때
눈에 띄는 Coffee Shop 이름을 보고
우리 저기 함 가보자 ....................하고
둘이서 손잡고 안들어오면
그건 분명 촌넘 촌뇬들일게라.................
(그런 인간들일수록
돈 아깝다 해사면서
쭈그리고 앉아 봉지 커피를 마셨는데
그건 보나마나 지평생 그런 인간하고 살아봐야
지나나나 뻔할 뻔자 뻔한연인이거나
아니면 촌넘 촌뇬들이겠지..............................뭐)
암튼 그래사면서 내혼자
열시미 일을 하고 있는데
한동안 잠잠하던 촌 넘이 몬 바람이 또 불었는지
행님.........................해사면서 가스나를 하나 데리고
삼실로 쳐들어왔다.
/앗따마 지금 이 시간에 모하능교
/모하긴 . 일한다 아이가
/일은 낮에 해야지. 밤에도 하능교.
이쁜 뇨자 하나 데리고 왔으니 우리 셋이서 같이 술이나 한잔 합시다
/나 어제부로 술 끊었다.
/행님이 술을 끊어요?
아이고 배꼽아..........................행님은 얼굴만 젊어졌는줄 알았더니
이젠 마음도 젊어졌나보네요 . 개그도 다 하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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