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누가 내마음을 알랴

커피앤레인 2011. 1. 24. 09:05

 

 

40320

누가 내마음을 알랴

 

 

 

 

새벽 4시 55분

가로등이 꺼질려면 아직도 한시간은 더 있어야 했다.

하지만 잠은 이미 멀리 달아난지 오래였다.

불을 밝힌 후 난로에 불을 붙이고 시계를 쳐다보니 

5시가 채 않되었다.

잠시 의자에 앉아 기도를 하고 올만에 찬송가를 몇곡 불렀더니 

아직도 은혜가 남아있는지 감동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해서

내친김에 몇곡을 더 부른 후 바깥으로 나왔더니

공기가 꽤나 싱그러웠다.

옛말에

일찍 일어나는 새는 벌레도 많이 잡는다 했지만

오늘은 아무래도 이런저런 일로 꽤 바쁠 것 같아

일찌감치 목욕부터 서두르기로 했다.

 

 

하기사

이 넘의 목욕이란게 간단히 샤워를 끝내고 나면

뜨거운 물,찬 물 해사면서  몇번  번갈아 오갔다 나오면 

그게 전부인데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그렇게라도 하고 나오면 그 날은 하루종일 춥지가 않았다.

 

 

해서 조끼만 입은채로

남의 삼실을 제집 드나들듯이 그렇게 들락날락했는데

그러면 아무 영문도 모르는 넘들은 니는 아직도 젊었능가 보네.

그렇게 입고 안춥나?하고 

혀를 내둘렀지만 목욕탕은 아무래도 대중탕이 

제일 값도 싸고 편리한 것 같아 내겐 딱 안성마춤이었다.

 

한데 그런 덕인지 저런 덕인지는 모르지만  

이제 디자인도 거의 다 끝내었고 

별로 중요하지 않은 디테일 도면 몇가지만 남았는데 

하지만 머리속은 여전히 몇가지 문제로 머리가 조금 복잡했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예상보다 공사비가 훨 적게 들 것 같아

남은 돈으로 오디오 시설이나 하나 갖추어 줄까 ? 말까? 하다가

일단은 오디오시설을 갖추어 주기로 했는데

원래 시골이란게 문화시설이 너무 열악하다보니

보이는게 PC방 아니면 노래 연습장이고 술집이나 모텔이다보니

부부가 1년 내내 반반한 영화 한편 감상하기도 힘들뿐만 아니라

수준 높은 음악감상 조차 하기 힘들어

 

 

비록 최상급은 아니드래도

어느정도 수준의 스피커와 턴테이블과 컴퍼넌트를 조합하면 

어떨까하고  

이 방면의 전문가들과 의논을 하였더니

턴테이블 같은 건 부분적으로 중고품을 쓴다하더라도

500만원은 족히 들거라고 충고했다.

 

 

하기사 

수준높은 클래식 매니아들에겐

500만원은 새발의 피인지도 모르겠지만

(왜냐하면 스피커 하나만 해도 1000만원을 훌쩍 넘어가기 때문인데)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LP판을 돌릴 수 있는

턴테이블이 있는 오디오 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시골에서는 큰 위안거리가 될 뿐만아니라

까칠한 도시인에게도 옛 향수를 자극할 수 있는 좋은 소재가 될 것 같아

일부러 오디오를 설치할 스페이스를 마련했는데

집주인이 이 넘의 속 깊은 뜻을 이해나 하려나?

 

암튼 내 디자인 내가 하는거니까

지가 모라 하겠노마는

일평생 TV에 내장된 스피커에 의존하여 겨우 귀동냥만 하던 사람들이

베르디의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이나

이 수인 선생의 고향의 노래를

 질 좋은 스피커를 통해

멘델스죤의 한 여름밤의 꿈에 취하듯 그렇게 취할 수 있다면

시골의 밤도 그렇게 적막하지만은 않을껀데.........................

 

 

해서

굳이 다른 돈을 아끼면서 까지

여기에 오디오를 설치하자 ...................................하는 것은 

우리네 삶이 문화적으로 너무  황폐하기 때문인데

이 마음을 그 누가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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