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농사
도시에서는 한줌의 흙도 참 귀했다.
때문에 때론 얼마간의 흙을 구하려 근교산을 찾기도하고
때론 공원언저리를 서성이다 몰래 한봉지 쓸적 갖고오기도 했는데
땅이 없다보니 고추나 상추를 심으려면
어느정도 큰 화분이 필요하거나 아니면
스치로플 상자라도 있어야 씨를 뿌리거나
모종을 옮겨심을 수 있기 때문에 그게 제일
힘든 일이라면 힘든 일이었다.
그렇지만
한해 두해 고추농사를 지어보니 의외로 재미도 있고
밥반찬으로 따먹는 재미도 제법 솔솔하여
올해도 재미삼아 청량고추 몇그루와 꽃상추를 심기로 하고
며칠 전 부터 스치로플 상자 두개를 구한 뒤
흙과 거름을 적당히 버무려 밭을 만든 다음
고추모종을 옮겨 심고 꽃상추 씨를 뿌렸더니
그새 흙냄새를 맡았는지
고추는 제법 새 잎이 파릇파릇하게 돋아났고
상추씨는 아무래도 다음 주 쯤에야 제모습을 드러낼 것 같았다.
그나마 올해는 고추모종이 7그루 정도나 되니까
나혼자 먹기엔 전혀 부족함이 없지만
간혹 화분을 길가에 두어서 그런지
자주 도둑을 맞았는데
옆집 아줌마 말로는 노숙자가 가져간다고도 했고
때론 길가에서 남자를 호리는 여자가 가져간다고도 하였다.
하지만 어차피 심을 때 부터
농사를 짓겠다고 마음먹고 심은 것이 아니니
누가 먹든지 그건 그리 큰 문제는 아니었다.
더우기 여름용 꽃상추는 3분의 1도 못심었지만
워낙 잘 자라기 때문에 때론 내가 직접 기른 무공해 상추입니다..............하고
옆집 , 그 옆집에도 조금씩 나눠줬는데
올핸 벌써부터 자기들도 좀 나눠달라고 주문이 쇄도했다.
어차피 하는 농사(?) 올핸 밭을 한두개 더 만들어봐?.
상추도 먹고 인심도 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