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나도 밥 좀 주세요

커피앤레인 2011. 7. 13. 15:43

 

서 혜연作

40401

나도 밥 좀 주세요

 

 

 

 

사무실 주위로 고양이 일가족이 빙빙돌며

밥 달라며 저녁마다 떼를 썼다.

원래 개는 좋아했지만 고양이는 별로였기 때문에

본체만체했는데

얼마전 새끼 고양이 7마리가 왕창 죽고 난 뒤로는

울 삼실 근처를 빙빙 돌아다니는 고양이 일가족에 대한

관심이 급기야는 고양이 밥을 사다 줄 만큼 이젠

익숙한 일상이 된지 오래되었다.

 

 

한데

고양이 새끼 7마리가 쥐약을 먹었는지 한꺼번에 몰살을 당했는데 

애미 고양이는 3일 밤낮을 어찌나 처량하게 울어 대는지 .... 

해서,

진아.....................와 우노 ?

새끼들 죽었다 아이가 ...........

너무 슬퍼하지마라 죽은걸 우짜겠노

그러니 니도 마 고만 울어라 하고 달래었지만

고양이 애미는 끝내 미련을 버리지 못하였는지

아침 저녁 꼭 그 시간만 되면  

아옹 아옹 하고 ..............그렇게 애절하게 울 수가 없었다.

 

해서, 그 날 이후로

옆집 아줌마들을 닥달하여 제발 밥 좀 주라

생선도 좀 넣어주고............

어제 고양이가 새끼를 낳았다아이가

니도 아 안낳아봤나? 그러니 애미 기운 차리도록 뭐 보양식이라도 좀 줘봐라?

아이고 이걸 우짜노

새끼가 다 죽어버렸네 .......................해사면서

울동네 고양이에 대한 온갖 정보를 다 흘리다

끝내는 새끼 고양이 장례 위원회 위원장 까지 맡았는데

고양이는 보기보다 의외로 식성이 무척 까다로왔다. 

 

 

하여

수족관에 들린 김에

애견센타에 들려 고양이 밥과 스프를 사온 다음

아침 저녁으로 일정한 양을

제 시간에 고양이 밥그릇에 밥을 담아 주었더니

이 넘들도 눈치가 여간 아닌지

그 후로는 좀처럼 밥 달라며 옆집을 돌아다니며 앵앵거리질 않았다.

한데 더 재미 있는 것은

꽃밭을 가꾼다면서

큰 장독 뚜껑에 물을 채운 다음 부평초를 물위에 띄워두었더니

일가족 세넘이 번갈아 가며 물을 마셔대었는데

그 양이 장난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그동안 얘네들은 그 많은 물을 어디서 마셨을까?

무심한게 인간이라더니

우리가 너무 무심했나보다.

쥐가 없는 것만으로도 어딘데 .........................

역시 인간은 제 앞만 볼 줄 알았지 남 사정은 좀처럼 잘 모르는

그렇고 그런 동물인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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