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충순作
꽃집이나 할까
동네를 돌아다니며 꽃밭에 물을 주고
조금이라도 빈터가 있으면 남들이 내버린
꽃들을 줏어와 정성스럽게 보살폈더니
내 삼실 근처는 마치 꽃동네처럼 사람들이
연신 카메라 샤터를 눌러대며 너무 아름답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긴 젊었을 때 부터 광복동 남포동을 누비며
꽃을 들고 다닐 정도였으니 꽃에 대한 나의 열정은
이미 정평이 나 있었는데
요즘은 동네 꽃밭 챙기랴 동네를 배회하는
집 없는 고양이 챙기랴
눈만 뜨면 입을 벙긋벙긋하는 금붕어 챙기랴
이른 아침은 몸이 열개라도 모자랐다.
하지만
그 누군가를 위하여 내가 가진 재능을
나눠주기도 하고 때론 대신 해주기도 하고
때론 내 돈을 들여서 까지 만들어 주고 나면
그리스도의 사랑은 입으로만 하는게 아니라
몸으로 하는 것이라는게 더 가슴 깊이 와 닿았다.
해서 아내에게도 말보다는 마음으로
아이들에게도 훈계보다는 느긋한 마음으로
무한한 신뢰를 보내었더니
집집마다 아이들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지만
우리 집은 여직 아이들이 속을 썩히는 일이
한번도 없었다.
아침에도 수국이며 국화며 화와이 무궁화며
넝쿨 장미를 손보고 있으니까
언 묘령의 여인이 이것 조화예요?하더니
기어이 꽃 잎 하나를 쓰다듬어보고는
진짜 꽃이네 !
아저씨는 꽃집해도 정말 괜찮겠다.............하고는
종종 걸음으로 사라져버렸는데
올가을 미인도 보고 꽃도 볼겸 차제에 꽃집이나 하나 차려볼까?
그러다 눈 맞아 비싼 꽃 공짜로 또 주진 않겠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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