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나쁜 사람들

커피앤레인 2011. 7. 20. 15:47

 

무진 정룡作

40406

 

나쁜 사람들

 

 

 

 

갑자기 비가 쏱아졌다.

두 남자와 한 여인이 택시를 세웠지만

빈택시라는 푯말이 무색하리만치 택시는 못본척 그들을 그냥 지나쳐버렸다.

그사이 비는 계속 떨어졌고

여자는 애타게 손짓을 했지만 빈 택시 3대가 하나같이 못본척 하고 그냥 지나가버렸다.

그도 그럴 것이 두 남자는 시각장애인이었다.

택시기사들은 왜 하필 이런 날 이런 시각에 ....................하고

내심 기분이 나빴는지도 모른다.

비 오는 날 택시는 시간이 곧 돈이기 때문이었다.

에잇 더러븐 넘들, 죽도록 택시나 몰아라 하고........................싶었지만

그렇다고 어디론가 손살같이 달아나버린 택시 뒷꽁무니를 보고

욕을 하는건 비겁한 짓이었다.

마침내 빈택시 한대가 그들 앞에 서스름 없이 다가서자 시각장애인 한명이

뒷자석에 앉기가 바쁘게 택시는 늘 일상이 그랬듯이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유유히 사라져 버렸다.

해서 택시 옆구리를 힐끗 쳐다보았더니 회사명이 눈에 들어왔다.

등대 콜 택시였다.(복받을 거여)

하지만 앞에 달아난 넘들은 진짜 나쁜 넘들이었다. .........................

(앞으론 등대 콜 택시만 타야지)

 

 

밤 11시, 강나루엔 아직도 초저녁인데

밤 10시에 떠난 박사장이 여직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고

그의 아내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

/아니 간지가 언제인데 아직 안 돌아왔어요?

택시 차번호가 부산 38바 0000이었는데...................

 

 

/뭔 말이요?

/박사장이 아직 집에 도착하지 않았다네요.

/몇시에 떠났는데

/10시경에요

/그럼 도착하고도 남을 시간이잖아

/그러게 말입니다.

/휴대폰 함 해봐요

/신호는 가는데 받지를 않네요.

/그래요? 거 좀 이상하네 .

일단 신고부터 해요

/어디로 신고해야하나요?

/이런! 맹할 맹순이 같은 사람 같으니라고

어디로 신고해 . 112로 신고해야지

 

 

한참 후 지구대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택시 번호를 조회한 결과 택시는 00택시회사이고 기사와 통화가 되었는데

손님이 다짜고짜 욕설을 퍼붓는 바람에 홧김에

부산역 근처 주유소 앞에 내버려두고 왔다고 했다.

/아 ! 그래요? 그럼 찾아봐야겠네

다들 마치는 대로 집으로 돌아가세요 일단 내가 알아서 찾아볼게요.

하곤 그 길로 택시를 대절하여 영주동/ 택사스 골목/차이나 타운/ 부산역 뒷골목술집이란 술집은 다 뒤져봤지만

박사장은 아무데도 보이지 않았다.

해서 다시 지구대에 전화를 걸어

택시기사 휴대폰 전화번호 좀 가르쳐 달라고 하였더니

기분이 좀 이상한지 자꾸 머뭇머뭇하며 어떻게 되는 사이입니까 하고 

캐물었다.

하여, 친구라고 둘러댄 다음 택시 기사 휴대폰전화를 안 다음

바로 전화를 때렸더니 50은 조금 넘은듯한 사람이

네에....................하고 전화를 받았다.

 

 

마음 같았으면

야! 이 자슥아,,,,,,,,,,,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술에 취한 사람을 그대로 내버리고 가? 하고 욕이라도

실컷 퍼 붓고 싶었지만

중요한 것은 욕이 아니라 사건의 실체를 바로 알고

대처하는게 더 급선무였다.

해서 젊잖게 자초지종을 좀 들려 달라고 했더니

내려준 곳은 어느 주유소 앞인데

나중에 알았지만 휴대폰을 두고 내려 도로 갔다주었는데

길에서 다른 택시를 잡으려 하는 것만 보고 왔다고 하였다.

원래 이 넘은 남의 목소리를 들으면

이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훤히 다 알아들었다.

때문에 그 사람 목소리나  설명하는 투를 보면 

이게 사람을 헤꼬지 했거나 아니면 지 말이 진실이다 하는 걸 

단박에 알아냈는데 

다행히도 사람을 헤치진 않은 것 같았다.

 

 

해서 시간도 많이 흘렀고 

그 사이 집에 돌아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밤 2시가 다 되었지만 

박사장 집에 전화를 걸었더니 

아까와는 달리 부인이 다소 밝은 목소리로 지금 사상에서 오고 있답니다 .................하고 저간의 사정을 소상히 알려주었다.

아마도 술이 너무 취해 해운대로 가자하는 걸

거꾸로 사상 쪽으로 가자 한 모양이었다.

/아이고 그나마 다행이네요

암튼 오늘 고생많았습니다.

편히 쉬세요

/우사장님도 좋은 밤 되세요

고맙습니다.

 

 

재미있는 세상이었다.

집 밖을 배회하는 고양이를 거두었더니

이젠 아예 술독에 빠진 사람도 구하러 다니다니...................

이게 내 팔자인가?

 

 

 

 

'아침에 쓰는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래간만의 나들이  (0) 2011.07.22
한 여름마다   (0) 2011.07.21
막거리가 더 독한가베  (0) 2011.07.19
꽃집이나 할까  (0) 2011.07.18
사람이 좋다  (0) 2011.0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