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를 즐기며 시 한편을 읽다
배롱나무에 관한
시인/ 김 석규
부산도시철도 1호선
지상구간 끝나가는 온천천 가에
배롱나무 여덟 그루
작년에 갖다 심은 것 다 잘 살았다
별난 봄추위에 꼼짝도 않더니
자연의 섭리는 거스를 수 없는지
아침마다 내다보면
이젠 제법 파란 그늘도 짓고
여름 끝날 무렵이면 고운 빛 꽃도 보겠다
무료해지는 한나절은 배롱나무 밑에서
손톱 세워 간지럼을 태우기도 하고
아슬하게 높이 올라있는 개미
위험하니 어서 내려오라고 큰 소리로 외기도 하고
발그레 얼굴 붉히는 배롱꽃
누님 집 다 와 가는 길
제각 옆에 다리 아프도록 서 있던
또 배롱나무는 문득 왜 떠 오르는지
김 석규(金晳圭) 시인은
경남 함양에서 태어나 청마 유치환 추천으로 등단했다.
오래동안 교직에 몸 담았고
부산시인협회장도 역임했는데
비가 오니 오늘 따라 선생이 그리웠다.
해서 얼마전에 나온 시인의 새 시집
저녁은 왜 따뜻한가.........................를 읽다
문득 봄나물로 입맛을 돋우려는 듯
배롱나무에 관한
시 한편을 올려보았다.
비가 오니 난 왜 배롱나무 보다 멀리 있는 애인이 더 그리울까......
역시 난 시인이 아닌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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