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싸게 지을 수는 없을까
꽃샘추위일까.
날씨가 꽤 추웠다.
이사장은 드디어 귀농을 하려는가보다.
하기사 고향이 거창이니 조금 일찍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 뿐인데도
여전히 마음이 그렇고 그런지 이것 저것 묻는게 많았다.
하지만 난들 농촌출신이 아니니 뭘 알아야 가르쳐주제
/산에다 집을려고 하는데
/집? 허가가 쉽게 나올까
/알아는 보고 있는데
/어떤 집을 지을려고
/가장 값싸게 지을려면 어떤게 좋죠
/글세?
요즘 건축비가 예전보다 많이 올란 탓인지
일반 가정집은 평당 350만원에서 370만원 한다고 했고
한옥은 800만원에서 1000만원을 홋가했다.
물론 아파트에 비하면 그리 비싼 것도 아니지만
서민들의 입장에선 그리 만만한 돈도 아니었다.
해서 컨테이너 집이 어떻겠느냐 했더니
컨테이너에서 사람이 어떻게 살아요하고 즉시 반문을 했다.
/컨테이너집은 안되나?
도시야 미관상 허가를 잘 안내주어서 그렇지
컨테이너집도 디자인만 잘 가미하면 일류미술관 못잖은데....
/그래요?
그렇게 지으면 평당에 얼마 드는데요?
/허가만 나온다면 평당 100만원이면 되겠지.
/진짭니까?
/한평생 건축 디자인만 했는데 내가 거짓말 하겠나
/그럼 스케취 한장만 그려줄렵니까?
/귀농한다는데 그 정도야 해줘야지
하여, 머리 속에 담아 두었던 구상을 하나하나 꺼내어
종이 위에 그려주었더니
/와 멋지네
근데 이렇게 지으면 문제는 없읍니까?
/몬 문제?
/미관상 말입니다.
/미관상? 미관상이 몬 말인데 .....
외관은 방부목으로 덮고 지붕은 단열제 처리를 한다음
거실 천창과 연결하여 유리로 덮으면
이게 미술관이지 어디 컨테이너집이니
/그럼 벽은 어떻게 하는데요
/벽?
/벽이야 주인 지 마음이지
황토집을 원하면 황토를 바르면 되고 우리 한옥 기분을 느끼고 싶으면
한지를 바르면 되고
거실은 황토바닥에 콩기름 묻힌 장판지를 깔면
이 보다 더 좋은 집이 어디 있을까?
/와! 죽인다.
난 왜 진작 이런 생각을 못했을가?
/그게 디자이너와 비디자이너의 차이야
암튼 평당 100만원 정도면 되니까 그리 알고 잘 생각해봐.
스케취를 손에 쥐어주고 나오니 부인이 커피나 한잔 하고 가시라며
기어이 손을 끌어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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