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봄비를 즐기며 시 한편을 읽다

커피앤레인 2012. 3. 16. 13:09

 

 

40493

봄비를 즐기며 시 한편을 읽다

 

 

 

 

 

배롱나무에 관한

 

 

                                                          시인/ 김 석규

 

 

부산도시철도 1호선

지상구간 끝나가는 온천천 가에

배롱나무 여덟 그루

작년에 갖다 심은 것 다 잘 살았다

별난 봄추위에 꼼짝도 않더니

자연의 섭리는 거스를 수 없는지

아침마다 내다보면

이젠 제법 파란 그늘도 짓고

여름 끝날 무렵이면 고운 빛 꽃도 보겠다

무료해지는 한나절은 배롱나무 밑에서

손톱 세워 간지럼을 태우기도 하고

아슬하게 높이 올라있는 개미

위험하니 어서 내려오라고 큰 소리로 외기도 하고

발그레 얼굴 붉히는 배롱꽃

누님 집 다 와 가는 길

제각 옆에 다리 아프도록 서 있던

또 배롱나무는 문득 왜 떠 오르는지

 

 

 

 

김 석규(金晳圭) 시인은

경남 함양에서 태어나 청마 유치환 추천으로 등단했다.

오래동안 교직에 몸 담았고

부산시인협회장도 역임했는데

비가 오니 오늘 따라 선생이 그리웠다.

해서 얼마전에 나온 시인의 새 시집

저녁은 왜 따뜻한가.........................를 읽다

문득 봄나물로 입맛을 돋우려는 듯

배롱나무에 관한

시 한편을 올려보았다.

비가 오니 난 왜 배롱나무 보다 멀리 있는 애인이 더 그리울까......

역시 난 시인이 아닌갑다.

 

'아침에 쓰는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거지 같은 영혼   (0) 2012.03.22
개척교회나 작은 갤러리라면   (0) 2012.03.18
더 싸게 지을수는 없을까  (0) 2012.03.14
변화는 좋은거여  (0) 2012.03.09
반갑다 봄비야   (0) 2012.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