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서원을 돌다보면

커피앤레인 2013. 2. 11. 13:51

 

 

40522

서원(書院)을 돌다보면

 

 

 

설연휴 마지막날을 조금이라도 더 알차게 보내려고

내친김에 거창 덕천서원에 들렸다.

거창사람들에겐 유원지로 더 알려진 곳이지만

왠지 모르게 갈 때 마다 묘한 기분이 들었다.

동행한 이사장 말로는 후손 중 한명이 돈을 많이 벌어

가문의 이름을 알리려고 일부러 꾸몄다며 못내 못마땅한 이유를 설명했지만

그래도 이런 곳에 아름다운 서원이 있다는건 반가운 일이었다.

그나마 천박한 졸부(?)였다면 서원이 아니라 모텔이나 노래방을 지었을텐데........

하지만 울나라 사람들은 농월정 옆에다 어느 졸부가 모텔이나 노래방 짓는 것은

아무 소리도 안했다.

 

 

언젠가 남계서원이 하도 지저분해서 함양군에 사는 사람들에게

씨잘데 없는 소릴 한마듸 했더니만 그래서 그런걸까 마는

그곳을 새롭게 단장하여 역사테마의 고장으로 만든다니

역시 입은 씨부리라고 있나보다.

 

 

종종 시간이 나면 이 넘은 종가나 이름없는 고가나 서원을 찾아

이모저모를 뜯어보며 우리네 조상들의 생활과 품격을 가름해보곤 했는데

워낙 돈에 미친 인간들이 많다보니 우리네 선비들이

사시사철 푸른 소나무를 보며 그게 사람사는 됨됨이라고

말한 것을 이제사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설연휴도 끝나고 가족도 제각기 뿔뿔이 흝어졌지만

올핸 또 어떤 재미있는 일들이 이 넘을 기다릴지는 모르겠지만

누군 자기네 잡지 편집고문을 좀 맡아 달라고 했고

누군 째즈악단 고문을 맡아 달라고 했는데

이 넘도 세상의 흐름은 어쩔 수 없나보다.

/야! 그것하면 판공비 나오나?

/당연히 드려야죠.

/그래? 그럼 어디 한번 생각해보자.

역시 돈이 좋긴 좋은가보다. 아무거나 할려고 덤비는걸 보니.

 

 

하기사 이 넘이 아는 어느 땡중은 돈이라면 부처님도 빙그레 웃는다 하더라만

난 불교성전을 아무리 읽어봐도 부처님은

어느 누구에게도 땡돈 한푼 받지 않았던데................................

그나저나

올핸 나도 많이 벌어서 라이브 째즈바(BAR)나 하나 만들어볼까?

악단은 있겠다. 몫만 좋으면 돈은 좀 될 것 같은데......

(*그라믄 그 돈 오데 다 쓸건데 하고 묻지는 마라여.

미치도록 돈!돈!하며 돌아다니는 사람들 허기라도 좀 채워줘야 않겠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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