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괘종시계보다 먼저 일어났네

커피앤레인 2014. 12. 9. 05:25


괘종시계보다 먼저 일어났네.



나는 착잡한 겨울이 좋다.

찬바람이 불 때 마다 젊은 날 동해안 바닷가에서 몇년간 보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기 때문이었다.

특히 이른 새벽 여명이 밝아오면 그 상쾌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동해안은 원래부터 눈이 많이왔다.

이른 새벽 

밝게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새하얗게 내린 눈을 혼자 밟는 기분은 아무도 모르리라.


창원은 부산보다 기온이 더 낮은가보다.

간밤에 폭설이 왔는지 버스가 못다닐 지경이라고 했다.

약속을 취소하고 전화로 대략적인 설명을 하고 착공일자를 

내년 3월초나 중순으로 잡기로 잠정합의했다.

옛말에도 봄에 지은 집 한채하고 가을에 지은 집 세채하고 안바꾼다고 했는데...

여자는 내 말을 조금은 알아듣는 것 같았다.


40계단 층층대 송년음악회는 생각보다 더 많은 인원이 몰려올 것 같았다.

종규도 장하도 창용이도 형님 와 우리는 안불러줍니까?하고 

항의 아닌 항의를 했다.

야!개런티도 안주는데 어찌 오라 가라 하노?

형님!우리가 언제 돈보고 갔습니까?형님보고 갔지.

말은 고맙다만 너네들은 전문가수인데 내가 좀 민망해서 안불렀다.

회비는 있습니까?

회비는 2만원인데 출연자는 안받는다.

그럼 창용이 하고 의논하고 갈테니까 그리 아이소.

그래? 그럼 고맙고


밤무대를 뛰는 애들은 연말엔 눈코 뜰 새가 없을텐데 

온다해도 고민이고 안온다해도 고민이었다.

잘나갈 때 같으면 내돈으로도 한웅큼 쥐어주고 싶건만.

그래도 행님 체면 세워준다고 온다하니 

우짜믄 좋노.


이틀동안 술을 한방울도 입에 안대었더니 

간이 살 것만 같은가 보다.

괘종시계도 울리기 전에 눈이 번쩍 뜨였다.

누가 뭐라 말하든 말든 잠시 기도하고 

올만에 찬송가 몇 곡을 불렀더니 저절로 은혜가 되었다.

산다는건 참 감사한 일이었다.

무려 2년 11개월동안 일이 한 건도 없었지만 

난 단 한번도 하나님을 원망하거나 불평하지 않았다.

그저 감사했다.

없으면 없는대로 있으면 있는대로 살다 

누군가 샘!하고 갔다주면 내 필요한 것만 놓아두고 

제다 나눠주었더니 

언 뇨자가 꽤나 불만스러운갑다.

그건 붙어 있습니까? 하고 물었다.

문둥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