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까스가 제일 맛있다
크리스마스 츄리 탓일까?
광복동은 젊은이들로 가득했다.
아름다운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여인네들이 가까운 교회서 나왔다며 따뜻한 계피차를 무료로 나눠주었다..
나이가 꽤 듬직한 노인네가 한구석에 앉아 오늘도 기타를 쳤다.
멜로디는 주로 흘러간 뽕짝이었지만 기타 실력 하나만은 아직도 젊은이 못지 않았다.노인네는 누가 듣던지 말던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저께는 중년여인이 곁에 붙어 있었는데 간밤엔 다른 곳에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아직 잠자리에서 채 일어나지도 않았는데
영화감독님으로 부터 전화가 왔다.
오데고?
집입니더.
오늘 돈까스 먹으러가자.조금있다 내려갈게.
감독님은 돈까스가 제일 맛있다고 했다.
돈까스는 젊은날 연애할 때나 먹든 음식이었는데
새삼 이 나이에 .......................무슨 돈까스 타령일까.
하지만 난 거절하지 못했다.
생전에 유현목감독님이 부산에 오시면 우리는 곧 잘 셋이서 뭉쳤다.
그리고 술집을 전전하곤 했는데
게중에는 내가 단골로 가는 성포횟집도 있었다.
지금은 주인이 바뀌었지만 원주인은 키도 크고 멋도 있고
예의도 바르고 한 미인이었다.
유감독님은 회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대신 생선구이를 무척 좋아했다.
사실 유명 횟집에서 생선을 굽는다는 건 좀 특이한 경우였다.
하지만 여인은 유감독님과 김감독님을 정성껏 모셨다.
지금은 유감독님도 저 세상으로 가셨고
그 여인도 호주로 이민을 떠난지 오래였지만
아름다운 기억은 오래 남는가보다.
감독님.오는 20일 사십계단 층층대 송년음악회에 오실거죠?
가야지.상겸이도 온다했나?
와이프하고 같이 온다했습니다.
와이프하고 같이 오면 자고 가야할건데.......
숙소는 제가 알아서 잡아주겠습니다.
그래? 그날 강나루에서 2차도 해야할 꺼 아이가.
당연하죠.상겸씨 부부 축하연도 겸할겸.
상겸씨는 가수협회 회장이었다.
조영남의 점이와 프랭크 시나트라의 my way가 일품이었다.
감독님은 창수의 전성시대(송재호.염복순.최불암.이순재 출연)를
감독했고 지금은 부산국제영화제 전문위원으로 있었다.
올해 겨울은 크리스마스 캐롤 만큼이나
또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했다.
이번 송년회 땐 무슨 노랠 부르지?
올만에
All for the love of a girl을 한번 불러볼까?
아니면 산노을?
산노을은 계절에 안어울릴꺼고
차라리 이수인선생의 내맘의 강물을 불러?
수많은 날은 떠나갔으나
내맘의 강물 끝없이 흐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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