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하늘공원으로 가는 길

커피앤레인 2016. 7. 13. 16:20

 

 

하늘공원으로 가는 길

 

 

 

 

 

밤새 내린 비는 여전히 멈출줄 몰랐다.

하늘공원으로 가는 길은 공장지대를 지나 한참을 더 산비탈쪽으로 향했다.

다들 애써 슬픔을 꾹 누른 채 저마다 다른 인연을 기억하며 떠나는 자의 영혼을 위로했다.

영도자는 계속해서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비나이다. 아멘.................하고

물기라고는 전혀 배어있지 않은 목소리로 찬미가를 선도했다.

화장장 분위기도 예전과 판이했다.

곡소리조차 들리지않았다.

어쩌면 죽음은 더이상 그리 슬픈게 아닌지도 모른다.

우리네 일상에서 흔히 겪는 조금은 특별한 의식일 뿐이었다.

하긴 고통없이 편안히 눈을 감는게 요즘은 더 고마운 일이었다. 

때문에 이미 나이가 든 사람들이나 나이를 든 부모님을 모셔야하는 자식들은

죽음은 그림자처럼 늘 따라다니는 불편한 손님일뿐이었다.

언제 어떤 모습으로 찾아올지 모르니까 더 불안했고 성가셨다.

하지만 아이러니한건 그것만 아니었다.

요즘 화장장은 상주조차 눈에 띄이지 않았다.

화장이 진행되는 동안  사람들은 시래기 국밥 한 그릇이라도 놓칠새라 식당으로 우르르 몰려갔다.

그나마 생전에 종교를 가진 자는 갖지 않은 자보다 덜 외로웠다.

불자는 불자대로 크리스챤들은 크리스챤대로 천주교인은 천주교인대로

그들만의 의식을 행하며 서로를 위로했다.

하지만 아무런 종교도 없는 사람들은 조문객조차 그리 많지 않았다.

돈 깨나 있는 집안이나 권세가들의 장례식엔 그래도 뭔가 넉넉함이 있었지만

가난한 자들은 그 마지막 가는 길도 쓸쓸했다.

조문객들의 면면은 그 집안의 가세를  확연히 구별했다.

그는 생전에 그토록 아내와 다투었던게 미안했나보다.

담배만 거푸 피워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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