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미운 마누라 얼굴 보듯이

커피앤레인 2016. 8. 18. 13:22

 

미운 마누라 얼굴 보듯이

 

 

 

 

 

맹하면서도 맹하지않는 이 벽을 나는 참 좋아했다.

하긴 제새끼 안좋아하는 애미가 어디 있을까마는 그건 이 놈도 비슷했다.

전체적인 이미지는 퍽 도시적인 세련미와 절제된 화려함이 눈을 즐겁게 했지만

이 벽만큼은 파벽돌과 유화 한 점과 철사뭉치로 만든 조명이 고작이었다.

어쩌면 도시 속의 고독한 내 몰골이거나 심성인지도 모른다.

해서, 그냥 휑하게 놔두고 싶었나보다.

 

처음은 경험도 없는 서분네가 카페겸  레스토랑을 하고 싶다고 하여

디자인을 해 준 집인데 십수년이 넘다보니 주인도 바뀌고 부분적으로 옛모습도 많이 사라졌지만

분위기만은 여전했다.

젊은 친구는 전문육개장 집을 해보겠다고 거금을 주고 인수를 했나보다.

동판에 새겨진 Designed by J.I.Woo가 이 놈이라고 통성명을 했더니

여간 반가와 하는 눈치가 아니었다.

해서, 이왕에 쓰는 것 왕창 써보자하고 안주도 몇 개 더 시키고 술도 몇 병 더 시켰더니

심사임당 우리 어무이 두 장을 더 주고도 조금 모자랐다.

 

그래도 기분이 좋은건 내가 디자인한 집에서 좋아하는 아우들과 어울려 즐길수 있다는 것은

이 도시에서만 느낄 수 있는 멋이었고 풍류였다.

대학을 졸업한지 불과 4-5년이 지나지 않았다는데

젊은 친구가 팔을 걷어 붙이고 생활전선에 과감히 뛰어든게 여간 고맙지 않았다.

아직 결혼은 안한 모양이지만 애인은 있나보다.

틈틈이 서빙을 도우느라 왔다리 갔다리 했다.

그래서 그런걸까? 젊은 친구도 오늘은 기분이 좋나보다.

선생님, 이건 주방장 서비스입니다하고 요리를 몇 개나 더 내어왔다.

 

관공서 지원을 받는다는건 역시 어려웠다.

작년부터 법이 바뀌었다고 이과장이 난색을 표했다.

-그래? 그럼 할 수 없지.

하긴 예술은 스스로 이루고 만들고 쟁취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서푼어치 도움을 받으려다 되려 상처만 받는 것 보다 차라리 내 속 꼴리는대로

하고 싶은대로 하는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

파스칼이 그랬던가.

눈물의 빵을 먹어보지 못한 인간하고는 인생을 논하지말라고..........................했던 이가.

공무원들은 공무원대로 말 못할 고민이 많을게다.

해서 누굴 탓하기보다  미운 마누라 얼굴 보듯이

너네들이 예술을 아니?...................................하고 사무실로 돌아오면서

저혼자 씨부렁씨부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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