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이사했습니다

커피앤레인 2017. 5. 9. 12:06

 

 

 

이사했습니다

 

 

 

 

 

낡고 허럼한 닭집 같은데서 조용하고 깔끔한 2층 집으로 이사했습니다.

사무실겸 숙소를 같이 사용하기 때문에 마땅한 곳이 쉽게 눈에 띄지 않았는데

믿음이란 참 좋은 것 같습니다.

내가 머물렀던 곳이 부산에서는 꽤 번화가라 누군가 돈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평당 18.000.000원에 샀다고 했습니다.

그동안 알게 모르게 정이 많이 들었지만 낡고 허름한 집은 곧 철거가 될 모양입니다.

 

새로 옮긴 집은 평소 내가 꿈꾸었던 집과 비슷했습니다.

시끄럽지도 않고 번잡하지도 않고 아무때나 사람들이 불쑥불쑥 쳐들어올 수도 없어서 

참 좋습니다.

생각하고 사색하고 그림도 그리고 음악도 듣고 이런저런 구상도 할 수 있어서 그게 제일 좋습니다.

예전에는 길가에 화단을 꾸몄지만 이젠 내 사무실이 바로 보이는 조그마한 빈터에 

꽃나무를 가꿀수 있어 너무 좋습니다.

 

 물론 집이 곧 철거되니 나가라고 했을땐 처음엔 무척 난감했습니다.

상가지역이라 이 주위엔 전세도 만만찮거니와 월세도 꽤 높은 편이라 

솔직히 말해 감당이 불감당이었습니다.

하지만 길은 있었습니다.

아브라함처럼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다가 참 우연한 기회에 내게 딱 맞는 노란색 칠을 한

아담한 2층 주택을 발견했습니다.

처음엔 원룸을 얻을까도 생각해보고 사무실 빌딩도 알아봤지만

마음에 썩 와닿지가 않았습니다.

 

성경에 여호와 이레란 말이 있습니다.

쉬운 말로 표현하면 하나님이 준비하신다는 뜻입니다.

이사를 마치고 나니 정말 하나님이 미리 준비하신 집 같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마당도 있고 동쪽과 남쪽에 창이 있어 빛이 그립지도 않고

일제시대에 부자들이 살았던 집처럼 축대 위에 집이 있어

마치 3층에 사는 기분입니다.

어젠 인터넷 선도 연결했고 평소 내가 갖고 싶었던 턴테이블이 있는 미니전축도 샀습니다.

 

산다는건 아무리 생각해도 참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좋은 곳에서 처음으로 근황을 알립니다.

내 블로그는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창인데 이런저런 이유로

참 오래동안 집을 비운 것 같습니다.

사실 그동안 이사하느라 정신도 없었지만 가난한 시인의 집을 고쳐주느라

그게 더 정신을 빼앗았습니다.

이젠 이사도 모두 끝냈고 방도 예쁘장하게 꾸며 놓았으니 그동안 미루어두었던 글도 좀 쓰고 싶습니다.

선거는 이미 사전 투표를 했으니 굳이 투표소 갈 일도 없고 때마침 봄비도 내리니

커피라도 한 잔 마시고 싶은 기분입니다.

새삼 느끼는 것이지만 행복은 참 사소한데서 오는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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