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꽃이 아름다우면

커피앤레인 2017. 5. 24. 10:52

 

꽃이 아름다우면

 

 

 

꽃이 아름다우면 낙엽도 좋아해야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질 못했다.

꽃과 나무는 그 자체가 사람들에게 힐링의 존재인데

사시사철  인간들에게 푸르름을 주었지만 인간들은 제집 앞마당에

아침마다 낙엽이 떨어진다고 불평을 했다.

세상엔 값진 것일수록 댓가가 따랐다.

 

인간도 비슷했다.

동의보감에 말은 오래 달려보아야 그 힘을 알 수 있고

사람은 오랜세월을 두고 사귀어보아야 그 인간의 됨됨이를 알 수 있다고 했다.

상황이 바뀌었다고, 이미 자기 잇속을 다 챙겼다고

한 순간에 얼굴을 바꾸는 인간은 어느 짝에도 쓸모가 없지만

그런 인간일수록 넉살도 좋았다.

 

 

이사를 하고 아직도 모든게 낯설었지만

그래도 고마운건 조용하고 매일 꽃나무들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남해에 있는 은조가 전화를 했다.

며칠 전이 스승의 날이라고 고맙다고 멘트를 날렸다.

그녀를 한번도 가르친 일이 없는데 이런저런 고민이 생길 때마다

조언을 한 게 나름대로 인상에 깊이 남았나보다.

 

성경에 감사로 제사를 드리는 자가 하나님을 영화롭게 한다고 했는데

세상엔 감사할게 너무 많은데도 우린 너무나 이기적이다 보니

자기가 불편한 것만 예민했지

상대가 자기에게 베풀어준 은혜는  전혀 알지 못했다.

 

언필칭 사랑은 물질이 아니라 상대의 마음 씀씀이를 깊이 이해하고

고마워하고 서로를 인정하고 공유하는 것인데

우리 사회는 갈수록 자기 것에만 집착했지

엄마.아빠가.남편이.아내가 . 그리고 나를 둘러싸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피로한 나를 위해 커피 한잔이라도 끓여주었다는걸 이해하지 못했다.

 

주인집 아줌마가 윗 집 나무들이 매일 같이 낙엽을 떨어뜨린다고 어느 날 불평을 했다.

아줌마는 나무가 있기 때문에

우리가 이른 아침 더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다는걸 모르는가 보다.

하긴 대부분의 사람들은 매일 아침 배달되는 우유만 신선한 것인줄 알겠지.

나는 아줌마 몰래 오늘도 빗질을 했다.

 

 

 

 

 

'아침에 쓰는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적응기간  (0) 2017.06.22
교감  (0) 2017.06.02
이사했습니다  (0) 2017.05.09
봄비 오는 밤   (0) 2017.03.20
일요일이 좋다  (0) 2017.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