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부부예찬

커피앤레인 2017. 7. 13. 12:23

 

 

부부예찬

 

 

 

 

사랑이란게 참 묘한 구석이 있듯이 부부 또한 그랬다.

한 이불을 덮고 오래 살다보면 밉고도 애틋한게 부부였다.

때로는 숨 쉬는 소리조차 역겨웠지만 때로는 축 늘어진 어깨죽지가

그리 애처로울수 없는게 부부였다.

사람들은 종종 부부라면 의례껏 성적인 어떤 것만 연상했지만

사실 부부는 그것만 전부는 아니었다.

 

오랜세월 서로 부닥끼며 살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미운 정 고운 정이 다 들다보니

안보면 보고싶고 보면 또 내 언제 니 보고싶다 했노? 하고 눈 홀기는게 부부였다.

 

초복이라고 경희가 삼계탕을 삶았다고 전화를 때렸다.

한데 전화 한 지가 불과 얼마되지 않았는데

벌써 삼계탕이 다 되었다고 국자를 가지고 왔다.

야................뭔 삼계탕을 번개불에 콩 구워 먹듯이

그렇게 빨리 삶았노?하고 추궁했더니 문디 가스나

닭은 오늘 아침에 삶았고 국물은 어제 남은게 있어 데운거라나.

아이고 이걸.인간이라고................

 

그나마 얻어먹는 주제에 뭐라 말은 못하고 겉으론 맛있네 하면서도

못된 뇬(?)하고 혼자 속으로만 씨부렁씨부렁했다.

 

희수는 수남이 부부가 못내 못마땅한가 보다.

며칠 전 부터 뭐라뭐라 욕을 해댔다.

야야....마 놔 줘라 .겉으론 그래도 저거끼리는 뭔가 통하는게 있데이.

니는 니 할 일만 하라했더니

행님 난 저런 여자하고 살아라하면 차라리 혼자 살았으면 살았지

절대 같이 안삽니다.하고 또 개거품을 입에 물었다.

문디자슥..................니나 잘하소.

나이 5십에 허구한 날 혼자 사는 놈이 뭘 안다고.

 

수박을 먹다말고 언 여자가 남편 흉을 봤다.

저거 남편은 식탐이 있어서 그런지 음식 먹는게 너무 더럽다며 욕을 해댔다.

해서, 아지매야..............너거 남편 전화 번호 몇번이고?했더니

뭐할려고요?

내 일러줄거다. 당신 여자가 밖에 나와서 당신 욕한다고 .

이. 아저씨가 남의 가정 파탄 낼 일이 있나?하고 지가 더 성을 냈다.

아이고.이 아지매 .꼬래 이혼은 하기 싫은가베.

 

부부란 도대체 뭘까?

처음엔 자기 것으로 만들고 싶은 욕망에 눈에 콩깍지가 씌인건지

이것도 예쁘고 저것도 예뻤지만 살다보면 처음 사랑은 간 곳도 없고

조금씩 실망만 늘어가다 이젠 웬쑤 아닌 웬쑤가 되었는데

그래도 고 놈의 정이 뭔지 다들 쉽사리 깨어지지 않고 끈질기게 사는 걸 보면 

사랑이 좋은건지 이왕 버린 몸  

그 놈이 그 놈이고 그 년이 그년이다하며 체념을 하는건지 암튼 다들 잘들 살았다.

하기사 조물주가 여자는 여자답게 남자는 남자답게

기능만 조금 달리한 것 뿐인데 미스월드가 와도 그게 그거지

뭐가 특별한게 있을까.

하여, 부부는 그냥 살 맞대면서 쌓은 미운 정 고운 정을 잊지못해

여전히 그 남자 그 여자와 사는게 부부인갑다.

 

지루한 장마도 이제 멀리 갔는갑다.

올만에 바닷가라도 한 번 나가볼까?

유일하게 팬티만 입고도 놀 수 있는 곳이 해수욕장이니 올핸 선탠이라도 함 해보고 싶다

누가 아나? 내 몸매보고 따라 오는 여자라도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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