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게오르규의 25 시

커피앤레인 2018. 5. 17. 11:44

 

게오르규의 25시

 

 

 

 

 

 

 

콘스탄틴 게오르규의 25시는 (The 25th Hour)는 1949년의 작품이었다.

배경은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서구사회의 현실을 냉철하게 파헤친 작품으로

개인의 존엄성과 자유와 인권을 경시하는 사회풍조가 만연하면서 

결국은 인간을 질식시킨다는 그런 의미인데 안소니 퀸의 연기가 압권이었다.

이미 2차 세계대전도 끝이 났고 기승을 부리던 나치의 만행도 소련 공산주의의

무자비한 숙청도 끝이 났지만 아직도 끝이 나지않은 세계가 버젓이 우리 근처에서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건 참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좀처럼 TV를 안보기 때문에 왠만한 뉴스가 귓가에 스쳐도 그 또한 지나가리라 하고

무심인지 유심인지 흑장미. 백장미 피는 것을 보며 하루에도 열 두번도 더 바깥문을

열었다 닫았다 했지만

게중엔 올 봄에 꺾꽂이 한 것들이 있어서 이 놈들을 유심히 살피다

때때로 니는 와 그리 힘이 없노?하고 물 한 바가지도 더 주었는데

어떤 놈은 제법 새 잎을 솔솔 잘 올리다가 뭐가 또 틀어졌는지 제 김에 나 죽소 하고

벌렁 나자빠져버렸다.

그러면 애고 몇 날 며칠 정을 얼마나 주었는데 ......이리 죽으면 나는 우야노?하고

죽은 자식 끌어안듯이 고이 뽑아 그 자리를 다른 놈에게 넘겨주었지만

섭한 마음은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물론 두 평도 채 안되는 꽃밭이지만 거기엔 흑장미 백장미만 있는게 아니라

살구도 있고 사과나무도 있고 배나무도 있었고

봉숭아와 코스모스와 찔레꽃도 있었다.

한데, 즐거운 것은 눈만 뜨면 이 놈들 보는 재미가 제법 솔솔했다.

 

이제

이 동네로 이사온지도 1년이 조금 지났다.

처음엔 시인인지 예술가인지 뭔가 하는 인간은 인간 같은데 도통 정체를 알 수 없으니 

긴가민가하다가 이 놈이 워낙 꽃을 좋아하니까

요즘은 심심찮게 이 것 저것 물어보며 자문을 구하기도 하고

우예 그리 꽃을 잘 가꿉니꺼......하며 칭찬인지 욕인지 듣기 좋은 말을 늘어 놓았다.

 

하기사 동네 입구부터 꽃을 심어놓았으니

힐링도 되고 도심에서 이런 광경 보기도 그리 흔치 않다보니 

요새는 그분들이 더 염려하여 아이고 저 좋은 화분 안훔쳐가나?하고

나보다  더 걱정을 많이 했다.

 

하지만 예전에 살던 동네에도 화분을 길가에 내어 놓았는데

여긴들 설마 안가져가겠느냐 마는......

그래도 좋은건 공유하며 살아야지 나 혼자 즐기면 몬 재미고?하고 1년 가까이

풍찬노숙을 하도록 내버려두었는데

그래도 이 동네는 수준이 쪼메 있는지 화분채로

훔쳐가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래도 귀한 종들은 아무래도 손 탈 염려가 많아 꼴잡하게(?) 집안에서만 키웠는데......

 

 

남북관계도 개선될 조짐이 조금 보이는지 연일 뉴스거리로 등장했는데

어느 날 부터 이북동포 생각이 나서

도대체 이북의 실상은 어떠한지? 저런 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 힘은

무엇인지? 그리고 지상낙원이라고 떠들어 댔는데 과연 자유란건 있는건지?

 온갖게 다 궁금했다.

해서 어느 날 부터

북한문제를 한 번 다루어봐야하겠다하고

하나님요 ......

통일은 언제 되겠능교? 저 체제는 언제까지 가겠습니꺼? 저게 사람사는 동네입니꺼?

짐승이 사는 동네입니꺼? 저 쪽이 지상낙원이면 이 쪽은 지옥입니꺼?

그런데도 사람들은 와 탈출할려고 저 야단입니꺼?

내가 생각하기엔 쇼생크 탈출이 따로 없는 것 같은데

그라믄 와 하나님은 못본체 하시는데예?

더 헷갈리는건 위의 사람들은 기름기도 번드리하고 말도 아주 능수능란하게 잘 하는데

아랫쪽 사람들은 하나같이 먹을 게 없다는데예?

그라고 위나 아래나 말은 똑부러지게 잘하는데 아래사람들은 우찌 그리 순진무구합니꺼?

지상낙원에 있으면 원래 저렇게 되는 겁니꺼?

 참 헷갈리네예 ......해사면서 되도 않은 말을 잘도 씨부렁거렸다.

그래도 이 놈이 믿는 구석은 따로 있었다.

진짜 마음 먹고 기도하면 하나님은 내 생애 아직까지 단 한번도 들어주지 않는

기도가 없었다.

해서 이왕 이렇게 된 것 북한 문제로 함 붙어보자하고 매일 시간을 두고 기도하고 있는데 ......

 

그런 이유도 있지만 아무튼 북한 실정도 좀 더 소상히 알아야겠다고 하고

이제 만나러 갑니다 하고 모란봉 크럽은 왠만하면 빠지지 않고 보려고 노력했다.

보면서 그들과 같이 웃기도 하고 같이 울기도 하였지만

이 고생이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 같았다.

때마침 태영호 전 영사가 낸 책이 나왔다하니 한 번 자세히 숙독해봐야겠다.

예수님도 몬 기도를 할려면 얼렁뚱땅하거나 중언부언하지 말라고 하였는데

뭘 알아야 면장이라도 하지.

 

모르긴 몰라도

주인공 요한 모리츠가 겪었던 일이 지금도 저 동토의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건 아닌지

어떤 사람들은 입만 열면

사람이 먼저다......하던데 그 사람들은 왜 이런 일엔 아무 말도 안하지?

그게 또 궁금했다.

남의 일에 참견하지 말라 -이 말이가?

아니면 남의 동네 사생활 침해다? 이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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