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행복하십니까

커피앤레인 2018. 5. 24. 12:41

 

 

행복하십니까

 

 

 

 

 

 

언젠가 영영사전을 보면서 일부러 Happiness란 단어를 찾아봤더니

행복이란 뜻이 특별한게 아니라 일시적인 만족. 즐거움. 기쁨...... 뭐 그런 뜻이었다. 

한데도 이 놈같이 무지렁이들은 행복한 걸 영원한 것인줄 알고

다리가 아프도록 찾고 또 찾아다녔다.

 

푸시킨이었던가

산넘어 행복이 있다고 찾아갔다가 아무 것도 얻지 못하고 돌아온 소년의 이야기를 쓴 이가. 

우리는 여전히 행복이란 언어에 속아 때로는 속을 끓였고 때로는 스스로 자포자기하여 

자주 비관을 했지만

 

예수님은 

우리같은 무지렁이들에게 

내일 일은 내일 염려하라 한 날 괴로움은 그 날에 족하니라고 가르쳤는데

이 놈같이 좀 모자란 인간들은 천년만년 살 것 같이 오늘이 중요한게 아니라

내일이 더 중요하다 해사면서 오지도 않은 날을 앞당겨 걱정했다.

 

며칠전이었던가?

LG 구본무 회장이 돌아가셨다고 했다.

연세도 그리 많은 것 같지도 않은데 너무 일직 운명을 하신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마음이 좀 그랬는데

몸신이니 뭐니하는 프로그램을 보면 다들 200세도 느끈히 살 것 같은데

왜 사람들은 제 명도 못살고 죽을까.

 

저녁무렵 길을 걷고 있는데 누군가 행복하십니까?하고 느닷없이 물었다.

지 꼬라지나 내 꼬라지나 전혀 행복할 것 같지 않은데 다짜고짜 다가와 행복하십니까?하니

은근히 부아가 났다.

행복하면 니가 어짤거고 행복안하면 또 어짤건데......하고 한마디 하고 싶었지만

젊잖은 체면에 그럴 수는 없고 잠시 슈퍼에 들렸더니

슈퍼에서 일하는 아줌마가 요즘은 재미있는 일이 하나도 없다고 하소연인지 한탄인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왜요? 난 엄청 재미만 있는데......

사장님은 뭐가 그리 재미있어요?

모든게 다 재미있죠.

그래요? 그게 뭔데요?

ㅎㅎ 아줌마......요즘 돈벌이가 시언찮는갑다. 그리고......

그리고?

사랑이 식은지도 꽤 오래된 것 같고 .

이 나이에 사랑은 무신 사랑? 각 방 쓴지가 언제인데......

그러니 재미가 없죠.

사람은 자고로 스스로 재미있는걸 만들어야 살 맛이 나지

알뜰살뜰 아껴봐야 그게 그겁니다. 나 죽으면 어느 개아들놈이 찾아 올겁니까?

그러니 살아있을 때

얼른 마음 돌리고 훌훌털고 여행도 좀 다니고 쇼핑도 하면서 돈도 좀 펑펑 써보고 

어디 좋은 사람없나 하고

미친척하고 한번쯤 기웃기웃 해보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을 겁니다.

안그러면 나처럼 술이나 홀짝 홀짝 마시면서 꽃이나 감상하던지......

 

그나저나 통일은 우예될 것 같습니까?

통일? 그건 가만히 놔두면 됩니다.

어떻게요?

시간이 가면 어느 한 놈이 죽든지 살든지 하겠죠.

그 때까진 우린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됩니다.

그것까지 걱정하면 우리같은 무지렁이들은 제 명에 못삽니다.

쇼를 하든지 지랄을 하든지 소금 먹은 놈이 물을 들이키게 마련인데

제일 똑똑한건 하나님의 시간표를 잘 읽으면 됩니다.

하나님의 시간표가 우예되는데예?

우예되기는요? 예정대로 잘 돌아가고 있죠.

예정대로?

 

그런 것 신경쓰는 시간에 피부나 잘 가꾸이소. 더 늙으면 지나가는 개도 안쳐다봅니다.

쳐다보면 뭐할건데요. 이 나이에 시집을 가겠어요? 아이를 낳겠어요?

아이고? 생각을 해도 우찌 꼭 그렇게만 생각합니까?

지금 그 나이에 아이 낳아 우짤건데예.

그냥 인생을 즐기라는겁니다.

옛말에도 사람 팔자 시간문제라고 안했습니까? 누가 아나요?

아줌마라고 로또 안걸리라는 법 없잖아요.

그러니 힘 내고 열심히 하이소.

행복은 다 마음먹기 나름입니다. 통일도 마찬가지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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