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십니까
언젠가 영영사전을 보면서 일부러 Happiness란 단어를 찾아봤더니
행복이란 뜻이 특별한게 아니라 일시적인 만족. 즐거움. 기쁨...... 뭐 그런 뜻이었다.
한데도 이 놈같이 무지렁이들은 행복한 걸 영원한 것인줄 알고
다리가 아프도록 찾고 또 찾아다녔다.
푸시킨이었던가
산넘어 행복이 있다고 찾아갔다가 아무 것도 얻지 못하고 돌아온 소년의 이야기를 쓴 이가.
우리는 여전히 행복이란 언어에 속아 때로는 속을 끓였고 때로는 스스로 자포자기하여
자주 비관을 했지만
예수님은
우리같은 무지렁이들에게
내일 일은 내일 염려하라 한 날 괴로움은 그 날에 족하니라고 가르쳤는데
이 놈같이 좀 모자란 인간들은 천년만년 살 것 같이 오늘이 중요한게 아니라
내일이 더 중요하다 해사면서 오지도 않은 날을 앞당겨 걱정했다.
며칠전이었던가?
LG 구본무 회장이 돌아가셨다고 했다.
연세도 그리 많은 것 같지도 않은데 너무 일직 운명을 하신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마음이 좀 그랬는데
몸신이니 뭐니하는 프로그램을 보면 다들 200세도 느끈히 살 것 같은데
왜 사람들은 제 명도 못살고 죽을까.
저녁무렵 길을 걷고 있는데 누군가 행복하십니까?하고 느닷없이 물었다.
지 꼬라지나 내 꼬라지나 전혀 행복할 것 같지 않은데 다짜고짜 다가와 행복하십니까?하니
은근히 부아가 났다.
행복하면 니가 어짤거고 행복안하면 또 어짤건데......하고 한마디 하고 싶었지만
젊잖은 체면에 그럴 수는 없고 잠시 슈퍼에 들렸더니
슈퍼에서 일하는 아줌마가 요즘은 재미있는 일이 하나도 없다고 하소연인지 한탄인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왜요? 난 엄청 재미만 있는데......
사장님은 뭐가 그리 재미있어요?
모든게 다 재미있죠.
그래요? 그게 뭔데요?
ㅎㅎ 아줌마......요즘 돈벌이가 시언찮는갑다. 그리고......
그리고?
사랑이 식은지도 꽤 오래된 것 같고 .
이 나이에 사랑은 무신 사랑? 각 방 쓴지가 언제인데......
그러니 재미가 없죠.
사람은 자고로 스스로 재미있는걸 만들어야 살 맛이 나지
알뜰살뜰 아껴봐야 그게 그겁니다. 나 죽으면 어느 개아들놈이 찾아 올겁니까?
그러니 살아있을 때
얼른 마음 돌리고 훌훌털고 여행도 좀 다니고 쇼핑도 하면서 돈도 좀 펑펑 써보고
어디 좋은 사람없나 하고
미친척하고 한번쯤 기웃기웃 해보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을 겁니다.
안그러면 나처럼 술이나 홀짝 홀짝 마시면서 꽃이나 감상하던지......
그나저나 통일은 우예될 것 같습니까?
통일? 그건 가만히 놔두면 됩니다.
어떻게요?
시간이 가면 어느 한 놈이 죽든지 살든지 하겠죠.
그 때까진 우린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됩니다.
그것까지 걱정하면 우리같은 무지렁이들은 제 명에 못삽니다.
쇼를 하든지 지랄을 하든지 소금 먹은 놈이 물을 들이키게 마련인데
제일 똑똑한건 하나님의 시간표를 잘 읽으면 됩니다.
하나님의 시간표가 우예되는데예?
우예되기는요? 예정대로 잘 돌아가고 있죠.
예정대로?
그런 것 신경쓰는 시간에 피부나 잘 가꾸이소. 더 늙으면 지나가는 개도 안쳐다봅니다.
쳐다보면 뭐할건데요. 이 나이에 시집을 가겠어요? 아이를 낳겠어요?
아이고? 생각을 해도 우찌 꼭 그렇게만 생각합니까?
지금 그 나이에 아이 낳아 우짤건데예.
그냥 인생을 즐기라는겁니다.
옛말에도 사람 팔자 시간문제라고 안했습니까? 누가 아나요?
아줌마라고 로또 안걸리라는 법 없잖아요.
그러니 힘 내고 열심히 하이소.
행복은 다 마음먹기 나름입니다. 통일도 마찬가지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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