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철 시인의 낙타의 꿈
김호철 시인은 그리 알려지지 않은 시인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2009년에 시의나라에서 처음으로 목포의 선창가를 발표하고
등단했기 때문에 시력도 그리 오래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나이도 어리지는 않았다.
거의 60이 다 되었지만 여전히 시에 대한 그의 애정은 남달랐다.
그가 며칠 전 첫 시집을 내었다며 따근따끈 시집 한 권을 내게 건넸다.
시평은 평소 내가 잘 아는 문학평론가 정훈이 썼다.
그는 시적 유토피아를 향하는 낙타의 순정이라는 말로 김호철의 시세계를
관조했다.
목포 선창가
이난영의 삼베 적삼 /껄껄한 해송(海松)에 걸려서 운다
남도 육자배기/ 뱃속을 뒤집어놓고
조선의 사내들은 대낮술에 자빠졌다
사랑아 사람아,/한반도의 사람아
서슬 푸른 무쇠낫 움켜쥐고서
연락선 선창가/ 그 누굴 기다리나
돌아간다 날아간다/염천 땡볕에
갈매기 끼룩 끼룩 시름에 젖어
심청이 한 대목에 부리가 빠진다
낙타의 꿈
열려라 참깨! /미지의 뭍으로 가는 길목
물음표를 잃은 문명의 바다가
낙타의 꿈을 꾸며 사막으로 간다
천리향의 미소와 보리수의 흔들림
황금의 잔 속에 내일을 재워두고
태양의 발걸음을 밟고 가는
순례자의 가슴에 문은 멀어라
여명을 불러우는 /낙타의 숨소리...
신기루의 지평을 부비며 별은 빛나고
알리바바의 심장에 꽃히는 차가운 달빛
낙타의 꿈 속에서 바위가 열린다
열려라 참깨!
시인은 오늘도 어디론가 길을 나섰나보다.
아니 혼자서 여행을 즐기려는 걸까.
하긴 술 한 잔이 그리울 땐 혼자 여행하는 게 제일 좋지.
남창(南倉) 가는 길
남창 가는 길에/초라한 주막/얼어붙은 하늘 보며/막걸리 한 잔
울고 있는 산을 보며 /나누어 마시고/매운 바람 앞에 서서/손을 불며 가는 길
옹기 굽던 가마에 /불씨를 피워/노을에 물든 뺨을 서로 부비며
발등에 덮인 먼지 훌훌 날리며/남창을 그려보며 /걸어가는 길
그의 첫 시집은 여기서 끝이 났다.
결국은 그도 조금은 지쳤나보다.
낙타가 없으니 이젠 도보로나마 울산 해변길을 걸어하는지 나는 모른다.
하지만 다 형편따라 살아야지. 어쩌겠나.
그나마 도보라도 갈 수 있으니 그는 참 행복한 사람이다.
낮에 참치캔을 하나 사려고 슈퍼에 들렸더니 동네에서 보지 못했던 맹인이 앞을 지나갔다.
순간 정신이 번쩍들었다.
나의 고난은 고난도 아니구나 .
저 사람은 평생을 저렇게 사는데 난 뭐가 부족해서 이렇게 심기가 불편하단 말인가.
기껏 불편한게 있다면 호주머니에 지폐 몇 장 밖에 없다는 그것뿐인데 ......
시편에
감사로 제사를 드리는 자가 나를 영화롭게 하나니
내가 또 그를 영화롭게 하리라.....는
성경에 나오는 싯귀가 떠올랐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하나님도 고부고부인 것 같다.
하기사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게 있어야지.
하나님인들 마냥 퍼줄수야 없겠지.
인간이 누구인데?
조금만 어깨에 힘이 들어가도 얼마나 눈꼴 싸나운데 .
하나님 만세. 대한민국 만세
가난한 시인들이여 제발 잠들지 마라.
그대들이 잠들면 누가 이 지구를 구하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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