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가을비 우산 속에

커피앤레인 2018. 9. 14. 16:21

 

가을비 우산 속에

 

 

 

 

 

 

 

 

연이틀 비가 내렸다.

가을 기온이 새삼 피부에 와 닿는다.

정치나 이 놈의 꼬라지나 별로 신통한게 없다.

희안하게도 올해는 일도 들어오지 않았다.

금년에는 하나님이 푹 쉬어라하는가 보다.

때로는 하박국 선지자의 고백이 늘 나를 위로했다.

외양간에 소가 없고 포도나무가 결실치 못하더라도 나는 여호와로 인하여 즐거워하리라....고.

 

이왕에 쉬는 것

 쉴바엔 제대로 쉬자하고 못다한 공부나 함 해볼까하고 어학공부에 열중하기로 했다.

하루 중 틈틈이 시간을 쪼개 일어.중국어는 100문장씩 쓰기로 했다.

대신 영어는 아예 콘사이스 한 권을 전부 다 독파해보자하고 결심을 했는데

시작이 반이라고 진도는 생각보다 조금 더 느렸지만 공부는 하면 할수록 재미가 더 솔솔했다.

 

 

누군가 가훈이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라고 정했다는데 생각보다 꽤 좋은 가훈 같았다.

천천히 하지만 그러나 중간에 좌절하지않고  끊임없이 노력하는게 참 중요할게다.

어차피 빈둥빈둥 노는 시간이지만, 급할 것도 없고 그렇다고 세상꼬라지가 저 모양 저 꼴인데

난들 뭐 뾰쪽한 수가 있을까마는

그래도 공부는 머리에 남는 거라도 있어 배가 부르다.

 

어젠 어린 대추나무를 하나 구해 화분에 옮겨심었다.

굳이 스피노자처럼 거창한 의미는 부여하고 싶지 않고

뭔가 새로운 종 하나를 기른다는 것은 참 즐거운 일이었다.

한데. 나무를 길러본 사람과 길러보지 않은 사람은 여러모로 다른 점이 참 많았다.

나무를 기른다는 것은 많은 인내와 애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든지 인내와 애정이 없으면 좋은 결실을 얻지 못하듯이

인생도 사랑도 모두 비슷하지 않을까.

하지만 요즘 사람들은 변덕이 너무 심했다.

더구나 서로를 너무 믿지 못했다.그런 탓인지 다들  여유가 없었다.

꼬투리만 있으면 싸움부터 할려고 했다.

정치가 그래서 그런건지 사회가 그래서 그런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입에 거품을 많이 무는 사람이 이기는 세상이다 보니 참 재미가 없었다.

 

그나마 지난 여름엔 흰장미.흑장미. 봉선화가 사람을 기쁘게 하더니 요즘은 박꽃과 분꽃이

또 사람의 마음을 즐겁게 했다.

한데 박꽃도 분꽃도 저녁이 되어야 베시시 얼굴을 내밀며 자태를 뽑내었다.

수줍은건가. 아니면 변덕이 심한 사람들 꼬라지가 보기 싫어 혼자 밤을 지새우는걸까.

 

때로는 니체의 고독이라는 시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윽고 눈이 오리라

까마귀 우짖으며 거리로 흝으러진다.

고향을 가진 자는 그래도 다행하다.

 

 

이제 곧 비가 그치려나보다.

비가 그치면 저녁 산책이라도 나가볼까.

파도소리도 듣고 싶고 풋풋한 솔내음도 맡고싶지만 ......

길을 걷다보면 스님도 만나고 님도 만나겠지.

오늘밤은 스님과 곡차라도 한 잔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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