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2

아름다운 집 짓기 8 / 사랑의 보금자리

커피앤레인 2005. 12. 20. 16:36

 

 

몇년 전이었다.

창원대학교 미대교수인 김철수교수가 진영덕산에 김철수 미술관을 다시 짓고 싶다고 디자인을 의뢰하였다.

자신이 화가며 미대 교수이기때문에  아름다운 것에 더 예민할텐데도 굳이 건축디자인을 해달라고 해서 2주일간의 말미를 얻어 고민 끝에 평면도와 함께 투시도 형식을 빌려 스케치를 해주었더니 대단히 만족해 했다.

당시 그의 아내는 창원시내에 살고 있었는데 굳이 집을 지어 시골로 내려오고 싶어하지 않은 눈치인지 여러가지로 애로사항을 말하며 아내를 설득할 명분을 만들려고 애쓰는 모습이었는데 스케치가 맘에 들었는지 아내와 함께 저녁을 같이 하고 싶다고 연락을 했다.

김 교수 아내는 고등학교 국어선생이었는데 키는 별로 그리 크지 않았지만 지성미를 갖춘 미인이었다.

디자인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을 해 주었더니 상당히 좋아하는 눈빛이었다.

건축은 당신이 직접 자기손으로 그의 제자들과 함께 짓고 싶다고하여 그렇게 하라고 했는데 집을 지으면서 얼마나 고생을 했던지 다음엔 직접 공사는 절대 안하겠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긴 일머리를 모르면서 집을 짓겠다고 덤벼드는게 애초부터 무리인지도 모른다.

나 자신도 십수년 이상을 집을 지어도 늘 어려운게 건축이다.

왜냐하면 건축은 인내와 끈기와 지혜와 지식이 상당히 필요한 직업이기 때문이다.

자재구입부터 일꾼을 다루는 것도 쉽지 않을 뿐더러 제대로 실력을 갖춘 일꾼을 골라 쓰는 것도 그리 쉬운일은 아니다.

일꾼들이야 다들 자기가 최고라하지만 막상 시켜보면 실력이 형편이 없는 사람들이 제법많다.그렇기 때문에 이 바닥에선 솜씨 좋은 일꾼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거기다 집을 짓는동안은 모두 신경이 곤두서게 마련이다.자칫하면 사고가 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때로는 부부간에 짜증을 낼 때도 있고 심지어는 말다툼을 하며 싸울 때도 있고 또 건축주와 건축업자 사이에 보이지 않는 알력이 생길 때도 있다.

건축을 맡아 감독을 하는 사람도 그나름대로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공사비와 싸워야하고 인부와 머리 싸움도 해야하고 좋은 집을 지으려면 자기만의 고집과 오기도 있어야한다.

집을 짓는동안에는 비가 오지 않는한 적어도 새벽5시면 어김없이 일어나야한다.

현장작업이 7시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일꾼이 오기전에 도착하려면 적어도 6시까진 밥을 먹고 집을 나서야하기 때문이다.

겨울같은 때는 캄캄한 새벽에 나가서 캄캄한 밤에 들어오기가 일 쑤인데 사랑의 보금자리는 그냥 만들어 지는 게 아니다.

많은 사람들의 수고와 땀과 고통이 따라야 이루어지는 결정체이다.

재미있는 것은 신은 인간을 창조하면서 모든 것을 다 마련해주었지만 집만은 왜 자기 손으로 손수 짓게 하였는지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심지어 공중에 나는 새도 자기 집은 자기가 지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