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2

아름다운 집 짓기 17 / 또 다른 변화

커피앤레인 2005. 12. 26. 15:30

 

 

집을 짓는 것과 인간이 살아가는 것은 어쩌면 같은 맥락인지 모른다.

우선 준비하는 과정이 비슷하다.

집을 지으려면 몇번이고 공중누각을 지었다가 허물기를 수십번 반복해야 한다.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이 사림이 인연일까 저 사람이 인연일까 좌로 재고 우로 재다가 어느날 눈에 콩깍지가 씌이면 그땐 누가 말려도 듣질 않고 제 갈길을 고집한다.

사랑이 밥먹여주나해도....... 그때만은 애미 말이 그렇게 미울 수가 없다.

더 재미있는 것은 집이나 인생은 둘 다 똑 같이 환상이라는 돋보기만 걸치고 거리로 나선다는 것이다.

이 세상에서 자기 집이 젤 이쁘겠지 하고 집을 짓지만 막상 지어 놓고보면 어,,,,,,이게 아닌데 하고 후회를 할 때가 많듯이 인생도 살아보면 살아볼수록 그게 아니다.

내가 미쳤지하고 두고두고 후회하며 눈물을 흘려도 자존심만 상할 뿐이지 누구에게 말할 처지도 못된다.

 

어느 날인가 무진 정룡선생이 합천 산골짜기에서 도예를 하는 친구가 있다고 그 집에 가보자고 했다.

어렵사리 차를 몰고 산골로 찾아갔더니 그 친구 상당한 돈을 드렸는지 한옥을 제법 근사하게 지어놓았다.

주변도 사람이 별로 살지 않는 곳이라 조용하고 한가해서 우선 집 터가 마음에들었다. 

그러나 방안에 들어가 녹차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뭔가 모르게 집안이 사람을 답답하게 하는 것 같아  이리저리 둘러보았더니 아뿔사 ............................이게 왠일인가

방만 있지 대청마루나 툇마루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새 집 자랑을 하고 싶어 부른 사람에게 차마 설계가 잘 못되었다고 말은 못하고 속만 부글부글 끓다 온 일이 있었는데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 아닐수 없었다.

 

(낙엽이 떨어진 거리를 여인이 바바리 코트를 입고 예쁜 스카프만 하나 걸치고 지나가도 얼마나 세련되고 이쁜데 .....)

 

이 친구 우리 전통가옥 구조를 몰라도 너무 몰랐던 것 같다.

전통 한옥은 마루가 없으면 너무 옹색해서 볼 폼이 없다.

아마도 그걸 까마득히 모른체 그냥 나무와 기와로 새 집만 지으면 우리네 전통 한옥인줄 알았나보다.

 

방이 주거를 위한 필수공간이라면 마루는 우리의 심성을 다루는 여유공간과 같은 곳인데

집이나 인생이나 여유가 없으면 삭막해서 살 맛이 안난다.

 

창 넓은 집에 앉은 사람이

바깥 뜨락을 내려다보며 향 좋은 커피를 마시며 챠이콥스키나 모짜르트의 교향곡 39번이나 41번을 듣고싶은 것은 감미로운 선율이 주는 여유 때문인데 ......삶이 각박하다고 여유마저 잃어버리면 인생이란게 몬재미로 살아간담.

삶이 각박 할수록 여유를 잃지 않는 사람이야말로 누가 뭐래도 그게 진짜 멋 있는 사람인데..

 

크리스마스도 지났으니 이제 묵은 때는 다 떠나보내고 며칠만이라도 주머니를 좀 풀어보면 않될까 .

싫컷 먹고 싫컷 마시고 싫컷 즐기고 사랑이 다시 새록새록 솟아나도록..... 할수만 있다면 옛정도

다시 태워보고... 설마 벌써 숯껌댕이가 된건 아니겠지 .....

(사람이 없을때 없더라도 늘 궁색하게 살려고 태어난건 아니잖은가.....그러면 억울해서 우찌 눈을 감고 죽노 )

 

새해엔 또 다른 나를 위해 .....

먼 바다라로 나가보고싶다

연극배우 박 정자씨 말마따나 애미는 50에 바다를 보았다는데 ...........나도 그 바다를 보려나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