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2

아름다운 집짓기18 / 겨울바다

커피앤레인 2005. 12. 27. 18:32

 

 

 

겨울바다가 보고 싶으면 나는 종종 해운대를 간다.

시원하게 펼쳐진 백사장을 걸으면 왠지 기분이 상쾌하다.

쉴새없이 발 아래로 밀려 왔다 밀려가는 파도를 보고 있으면 한 순간이지만 시름이 가시는 것 같다.

 

어느 날 해질 무렵 해운대 백사장을 혼자 어슬렁 어슬렁 걸어가니까

몇사람이 백사장에서 낚시대를 드리운체 소주잔을 들이키고 있었다.

 

그들 보기에 외모가 좀 특이하게 보였던지 기어이 소주 한잔 하고 가라고한다.

보아하니 그 동네에 사는 사람같아 보이기도하고 해질녘 백사장에서 낯모르는 사람과 어울려 한잔 하는것도 재미있을것 같아 넉살좋게 한잔을 받았더니 연거푸 몇 잔을 권하였다.

프라스틱 통을 뒤집어 엎어놓은 상위에 어디서 사왔는지 싱싱한 횟거리가 제법 먹음직스러웠다.

 

서로 명함을 주며 통 성명을 했더니 파라다이스와 메리어트 호텔에서 바를 운영하는 사람들이었다.

술이 한 잔 들어가자 저나름대로 집에대하여 바람에 대하여 풍광에 대하여 세설이 끊어지지않았다.

아마도 집을 짓는 사람이니 하고 싶었던 얘기가 꽤나 많았던 모양이다.

 

석양에 비친 백사장 풍광이 너무 아까워 그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먼저 자리를 뜨니 못내 아쉬운지 다시 만나자고 손을 잡는다.

사람은 이래서 좋다.

 

어느 날 부터 역마 살이 끼었는지 나는 왠지 떠돌아 다니는 게 좋다.

오늘도 지방공사 때문에 잠시 교외를 나갔다 왔지만 디자인이 완성되면 또 얼마간은 타지에 가서 살아야할지 모른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건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