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2

아름다운 집짓기 23 / 색이 아름답다

커피앤레인 2006. 1. 8. 01:46

 

오래된 얘기이다.

신앙촌 교주인 박태선씨가 살았을 때 였다.

마침 기장에 새로운 별장을 만들면서 메인홀(죽성 신앙촌 3층 메인홀 )을 디자인해달라는 작업 의뢰를 받아 간 적이 있었는데 입구에 도착하니 간단한 신원조회를 하였다.

 

안내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보니 별장은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었지만 상당히 정성을 기우려 짓는 것만은 확연했다.

대부분의 방이나 거실이나 욕실은 그네들의 인력으로 다 하고 메인 홀만 외부에 맡겼는데 당시만 해도 이태리 욕조에 배스기 나무로 치장을 하여 꽤 돈이 많이 들어 보였다.

 

내게 의뢰한 메인홀은 약 4-50평 규모의 연주홀 같은 성격이었는데 메인 홀 바로 옆은 박태선씨 주택이 일본식 정원을 경계로 마주보고 있었다.

공사는 디자인과 함께 2개월여 걸렸는데 실내가 거의 화이트로 꾸며졌다.

벽체와 창호 천장과 바닥이 모두 화이트로 마감을 하였는데 화이트로 꾸민 이유는 박태선씨가 화이트를 남달리 좋아했기 때문이었다.

화이트로 꾸밀 때 가장 어려운 것은 화이트 대리석을 찾는 일이었다.

다행히 이태리에서 수입한 화이트 대리석 재고가 있어 무사히 공사를 공기내에 마무리 하였지만 마지막 끝 마무리는 내가 그곳에 있지 않아 완성된 작품을 카메라에 담지 못해 못내 아쉬웠는데

훗날 그곳에 드나드는 여류 피아니스트를 통해 박태선씨가 상당히 만족해 하더라며 자기에게 메인홀을 자랑스럽게 보여줬다하여 다소나마 서운함을 달랜 기억이 있었다.

 

사람들은 흔히 흰색 검은색 회색을 무채색이라하는데 이 세 색은 쓰기에 따라 참으로 귀품이있고 아름답다.

 

어느 날 페인트 오야지 (사장)에게 일꾼을 보낼 때 흑색 무광 에나멜 한 통을 따로 보내라 했더니

도무지 감이 안잡혔던지 라카 한통과 함께 에나멜 무광 한통도 같이 실어보냈다.

 

왜 라카 한통을 따로 보냈느냐고 물었더니 실내장식하는데 무광 에나멜을 쓸 이유가 없을 것 같아 행여나 하고 라카를 실어 보냈단다.

에나멜은 알다시피 철이나 대문에 바르는 페인트이다.

그러니 실내에서 에나멜 무광 페인트를 사용하리라고는 그로서는 상상도 못했던 것 같다.

그러나 무광 에나멜은 상당히 좋은 재료이다.

질감은 수성과 같고 바르기도 쉬워 라카처럼 전혀 까다롭지않다.

약간 터프한 질감을 요구할 땐 그이상 좋은 게 없다.

만약 집에 버려진 책장이나 테이블이 있으면 무광 에나멜 흑색을 한번 칠해보라.

아마도 무릎을 치며 아...........이런 것이 있었구나 하고 절로 감탄이 나올 것이다.

 

라카는 눈매를 매꾸기 위하여 빠데를 하고 그걸 말려서 다시 샌딩을 한 후 하도를 여러번 한 다음 상도를 거듭 입혀야하지만 무광 에나멜은 에나멜 신나만 조금 섞어서 그냥 붓으로 두번만 칠하면 훌륭한 작품이 완성된다.

 

특히 무광 에나멜이 좋은 점은  나무나 철이나 어떤 소재든지 칠이 다 가능한게 장점이다.

오래동안 집안에 두었던 가구라도 그냥 낡았다고 박대하거나 버리지말고 아이들과 재미삼아 한번 칠해보라..........얼마나 재미있는지 모른다.

무광 에나멜은 흑색도 백색도 회색도 가능하다.

 

센스에 따라서는 자기만의 독특한 멋을 얼마든지 부릴 수 있는데 무조건 비싸고 번지르르한 것만이 좋은 건 아니다.

다소 거칠고 어설프더래도 자기의 손 때가 묻은 작품을 대하면 볼때마다 대견하고 정감이 가는게 칠이 주는 또 다른 묘미이다.

올해는 우리도 칠쟁이가 한번 되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