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2

아름다운 집짓기 24/ 색을 밝히는 사람들

커피앤레인 2006. 1. 10. 00:06

 

예술을 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색에 대하여 대단히 민감하다.

때문에 남보다 정서적으로 더 예민하게 사물을 받아들일 때가 많다.

그렇다고 모든 예술가가 색의 마술사는 결코 아니다.

 

곰부리치가 쓴 서양 미술사를 읽으며 우리는 미술의 흐름을 새롭게 인식하는데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뭉크가 그린 절규를 보고 미술이 반드시 아름다운 것만 아니란걸 새삼 느끼게 하는 것은 미술이 갖는 또다른 어떤 의미 때문일게다.

 

건축에서 색은 상당히 제한적으로 사용된다.

건축자재로 사용되는 소재가 그만큼 제한적이기 때문인데 건축치장으로 사용되는 소재는 대체로 흙이나 목재나 돌이나 유리나 강철이나 알미늄 같은 것들이 주종을 이룬다.

흙은 천연재료인 황토로 부터 불에 구운 전돌이나 붉은 벽돌이 주로 건축외장용으로 사용 되는 반면 돌은 화강석이나 대리석이 주종을 이룬다.

그러나 오랜 풍화작용을 견디는 것은 아무래도 화강석 이상 더 좋은 재료는 없을 것이다.

물론 인류 역사상 가장 친근한 소재는 아무래도 목재이상 따라올게 없다.

목재는 기후조건과 풍토에 따라 다 다르기 때문에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핀랜드나 노르웨이처럼 통나무집이 없는 것은 그만한 목재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나라도 우리식 통나무 집이 있었는데 이른바 귀틀집이란 것이다.

귀틀집은 통나무처럼 집을 짓는 건 비슷하지만 나무와 나무사이 흙을 채워 넣은게 다르다.

 

그에 비해 인테리어는 건축에 비해 소재가 풍부하다.

기존의 건축 소재외에 종이나 천 페인트 심지어는 억새나 갈대같은 풀도 인테리어에서는 훌륭한 소재가 될수있다.

 

오래 전 이야기지만 삼성그룹 산하인 삼성석유화학 vip실 디자인을 의뢰받았을 때였다.

당시만해도 로고나 CIP작업이란게 상당히 생소할 때인데도 그들 고유색갈인 네이브 블루를 인테리어작업시 꼭 넣어달라고 부탁을 하였는데 당시에도 그들은 그만큼 한발 앞서가고 있었다.

 

삼성그룹 작업을 한 덕택에 엘지그룹 울산공장 쇼륨도 얼김에 떠맡게 되었는데 알다시피 엘지그룹은 상징적인 색갈이 레드이다.

붉게 타오르는 태양을 바탕으로 웃는 얼굴을 형상화 한 로고가 세계 어느곳에나 지금은 볼수 있지만 당시는 LUCKY라는 로고아래 흰 물결같은 선이 파도처럼 출렁거렸다.

 

쇼륨을 완성하고 로고를 정면에 부착했는데 엉뚱하게도 문제가 딴 곳에서 발생했다.

쇼 케이스를 만든 재료가 티크라는 고급목재인데 무늬목을 바르지않고 천연재료로 쇼케이스를 짜다보니 다섯개 중 하나가 약간 색이 더 밝아보였다.

알다시피 목재는 봄에 자란 나무가 다르고 가을에 자란 나무가 다르다.

뿐만아니라 색갈도 약간씩 다를수 밖에 없는데도 조직사회이다보니 그룹회장이 방문하기 전에 무늬목을 바르는 한이 있더래도 반드시 고쳐달라고 사정을 하였다.

참으로 난감한 일이었다.

 

그러나 어쩌랴 .........공장장인 이사까지 나서서 부탁을 하는데

하는수 없이 일꾼을 불러 밤샘을 하면서 다섯개 모두를 무늬목을 발라 색을 맞추어 주었더니 그들도 미안했던지 그 다음달 가정용 에어콘 하나를 이사이름으로 선물로 보내왔다.

아마도 그룹회장의 별다른 지적이 없었던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