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2

아름다운 집짓기 27 / 하동포구 18리

커피앤레인 2006. 1. 13. 19:08

 

 

박경리씨가 쓴 토지의 배경이 된 평사리 최 참판댁을 지나 하동포구 18리 길은 벚나무와 배 나무 세상이었다.

겨울이라 벚꽃도 배꽃도 볼수는 없지만 가히 상상만으로도 모든길이 꽃향기로 가득한 것 같다.

 

계속하여 차를 몰고 나아가자 하계장터가 눈에 들어왔다.

예전에는 좌측에 장터가 있었는데 어느새 바뀌었는지 지금은  장터가 우측에 있었다.

입구엔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섬진강을 가로질러 전라도와 경상도를 잇는 다리가 새로 놓여있었는데 그 폼이 너무 가관이었다.

이른바 남도대교 ......라는데

누가 설계했는지는 모르나 강에 비해 다리가 너무 조잡스럽고 좀 촌스러웠다.

이 아름다운 강을 저렇게도 망쳐 놓을 수 있다니...........솔직히 말해 화가 좀 났다.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처럼 그렇게 좀 이쁜 다리는 만들수 없을까 )

(폭격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지만.....애써 꾸욱 참고 또 참았다)

 

어차피 만든것이라 그냥 내버려둬야 한다면

제발 덩그렇게 새워둔 저 멋대가리 없는 아치만이라도 없앴으면 좋겠건만......

 

암튼 아쉬움을 뒤로하고 섬진강을 벗어나니 이내 쌍계사로 들어가는 길이 눈에 들어왔다.

좌우가 온통 작설차 시배지라 그런지

4부능선 아래는 흙이 안보일 정도로 차밭으로 새파랗다.

 

전남 보성이 녹차 밭으로 유명하다면 여긴 작설차밭으로 유명한가보다.

 

예전부터 쌍계사 벚꽃 10리는 익히 아는터라 굳이 설명이 필요없지만 몇 년 만에 다시 와도 그 아름다움은 여전하였다.

그러나 너무 비가 오지 않아 그런지 거랑의 물이 많이 말라보였다.

그래도 돌 사이 흐르는 물은 여전히 마르지 않고 섬진강으로 흘러가는게 보여 그나마 겨울풍광을 덜 삭막하게 해주었다.

 

쌍계사를 조금 지나 칠불사로 차를 꺾자 한적한 길 한 모퉁이 야트막한 산자락 아래 주인의 손길을 기다리는듯 잘 생긴 땅이 저혼자 풀을 키우며 말없이 그렇게 누워 있었다.

갖고간 카메라 샤타를 연신 누르며 사방을 모두 앵글에 담았는데 동서남북 .................을 돌며

 풀 한포기 돌 하나라도 애써 놓치지 않으려고 카메라에 담고  또 담았다.

 

이 아름다운 산하에 어떤 작품을 만들어야 지리산 산신령이 노여워하지 않을지............

 

현지답사를 마치고 돌아 오는 길에 면사무소에 들렸더니 점심시간인가보다.

 직원들이 많이 눈에 띄지 않았다.

 민원실에들려 토지이용계획확인원과 지적도와 토지대장을 신청했더니 예쁜 아가씨가 지적도 때문에 조금 시간이 걸릴거란다.

 어차피 점심도 먹어야 할겸이니 전화번호와 이름을 갈켜주고 밖을 나왔다. 

 

화계장터엔 장날이 아닌데도 상설시장처럼 사람들이 물건을 팔고 있었다.

도이 감도 있고 밤도 있고 게장도 있었다.

여승이 장터를 지나가자 어느새 왔는지 스님.......하고 어떤 여인이 곳감을 한입에 넣어주며 공손히 예를 표하는 게 여간 아름답지 않다.

 

이왕 여기까지 온 것 산채 비빔밥을 먹어보고 싶어 세그릇을 시켰더니 수염을 제법 기른 스님이 맞은편에서 이쪽을 유심히 쳐다본다.

아마도 낯선 사람이란 게 눈에 띄나보다.

 

밥을 다 먹으니 주인이 작설차를 마시겠느냐고 묻는다.

역시 차 시배지라 그런지 차문화가 일상생활에 배여있나보다.

밥값으로 새로나온 5천원 권을 줬더니 처음 본 모양인지 이리보고 저리보며 신기해한다.

..새 돈이네요

..네

..그런데 좀 가치는 없어 보이네요.................한다.

..이런 ..가치없으면 주이소 내가 가지고가서 쓸게요 ......했더니

여 주인이 허이야고 웃으면서 그런건 아니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면사무소에 근무하는 아가씨한테서 전화가 왔다.

서류가 도착했단다.

..그래요 그럼 곧 갈게요 ....

그래도 화개장터는 한바퀴 휘돌아봐야지하고 이리저리 눈요기를 하는데 한 여인이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영화배우세요 ?하고 묻는다

..히히히...........우째 이런일이

아니라고 하고 명함을 한장 건네 주었더니 그다음말이 더 걸작이다.

..어쩐지 .............예술가 같다 했더니 진짜구먼...뭐 하고 피식 웃는다.

..아이고 이일을 우야노

여인은 뭐라도 주고 싶었던지 까던 밤을 한입에 넣어주며 언제 자기농장에 한번 놀러오라며 명함을 한장 건네준다.

 

역시 여행은 이래서 즐거운거다.

 

같이 간 일행이 영화배우라는 소리도 들었겠다 오늘밤에 기어이 술을 한잔 사란다.

우짜노 얼김에 영화배우 되었으니 쓴 쇠주라도 한잔 사야지 .......

 

그런데 집에 돌아오니  새벽 2시가 훨씬 지났다.

아뿔사 .............................

(구례 아지매예 ,,,,아지매 땜시 내 돈 다 날라가고 쇠주 먹느라고 속만 버렸다 아입니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