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말로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한단다.
세상만사가 다 머리 싸움을 해야 답이 나오니 입시지옥이 따로없다.
비도 오고 방해도 받고 싶지않아 거실에 홀로 앉아 하루종일 스케취를 했다.
언제부터인가 작업실겸 침실로 변한 나의 집은.
막내마저 대학에 들어가 서울로 떠난 이후 부터는 집은 그야말로 적막강산이다.
사무실에 나가기 싫을 땐 게으름 피우기 딱 좋을 만큼 하루종일 나는 이곳에서 비비고 뒹굴고 일을한다.
가족이 모두 뿔뿔이 흝어져 있으니 한편은 홀가분하고 한편은 적막하기조차하다.
며칠 전에 의뢰받은 작업을 하느라 어젠 꼬박 밤을 새우며
이리 그리고 저리 그렸더니 스케취북이 새까맣다.
그러나 정작 나를 괴롭히는 것은 디자인이 아니라 건축 외적인 것이 더 머리를 짓누른다.
농지이용법이 어떻고 팬션에 관련된 법규가 어떻고 하여 그것을 위반하지 않고 건축허가를 얻으려하니 까다로운 조건들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나마 그것을 용케 벗어날 수 있겠다 했는데 문제는 과연 건축비를 투입한 만큼 그만한 수입이 보장될 것인지 어떨지 괜한 걱정이 앞선다.
땅을 사려는 사람은 어떤 결론에 다다르던지 시키는 대로 하겠다니 머리가 더 찌근찌근하다.
잠시 휴식도 취할 겸 arirang tv 를 켰더니 첼리스트 마샤 미야스키가 피아니스트 백혜선 씨와 함께 이중주를 하고 있다.
이런,,,,,,,,,,,,,,,,
챤스
마지막 앵콜곡인가보다.
그리운 금강산을 연주하고 있다.
왠지 가슴이 뭉클하고 감동마저 느껴진다.
(아,,,,,,,,,,,,,,,,,,,,,,,그리운 금강산)
맨 하단부에 지나가는 영어자막이 더 가슴을 아리게한다
분단의 아픔과 통일을 염원하는 곡이라고 소개를 했다.
우뢰와 같은 박수와 함께 부라보라는 소리가 들렸다.
두사람이 고개를 숙여 정중히 인사 하는 걸 보니 끝났나보다.
주전자에 얹어 놓은 물이 끓었는지
세.....................하는 소리가 들린다.
커피를 한모금 마시면서 조금 전에 그린 스케취를 다시 들여다 보면서 계산기를 두드린다.
땅값 / 순수건축비/ 조경비/ 그리고 각종 인허가비 등등 ..................
아..........여기까진 별 문제가 없을 것 같다.
문제는 이걸 동호인 주택 처럼 분양을 하고 싶다니 문제가 조금 복잡해진다.
분양가를 얼마로 해야하는건가...
건축주는 분명히 얼마간 돈을 더 받을게 뻔하다.
그렇다면 ...........????????????????????????????
대충 예정가는 그림이 그려지지만 과연 그걸 별장처럼 사두고 즐기려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여전히 비가 내린다
이젠 나가봐야 할 시간이다
오늘은 요만큼만 하고 낼 다시 미팅을 해보면 뭔가 또 답이 나오겠지 .....하고
천천히 집을 나선다.
바바리를 걸치고 우산을 들고 문을 나서니 갑자기 외국으로 떠난 아내 생각이 났다.
(제발 오늘 안에는 들어오세요....................)
*오늘은 밤12시 까지를 말한다
아내는 출근할 때마다 늘 입버릇처럼 그렇게 되풀이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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