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2

아른다운 집짓기 31/ u목사관

커피앤레인 2006. 1. 19. 03:04

 

 

도회지에서 왕대가 군집하는 곳을 찾기란 그리 쉽지않다.

이곳은 부산에서도 가장 아름답다는 태종대 한 귀퉁이에 자리잡고 있어 왠만한 사람들은 건물이 어디 있는지 조차 모른다

그만큼 숲속에 쌓여있다.

 

특히 저녁이면 까마귀 떼들이 교회마당 한가운데 까지 내려와 놀고 갈 정도로 주변이 조용하다.

산세와 어울리게 설계를 하고 집을 짓느라 꽤나 고심을 하였다.

 그 덕분인지 어디서나 주변 풍광을 즐길수 있도록 꼭 필요한 부분만 빼고는 다 통창을 넣었는데

준공검사를 할때 그중 일부는 창을 다른 것으로 가려야 한다고 시정명령이 내려왔다.

 

현행 건축법상 뒷면은 창을 넣을수가 없단다.

참 웃기는 이야기 였다.(이럴때 법는 인격이 아니라  확일성이란게 확연하게 드러난다)

 

창도 창나름이지 이렇게 사방이 울창한 소나무 숲으로 뒤덮혀 있는데 창을 가린다는게 말이나 되는 법인가.

 

건축담당자가 나중에 감사를 받을 때  이일로 적발이 되면 자기가 징계를 받아야한다고 스치로플이라도 가려야한단다.

허허.............................................이걸 어떡해야하노

참으로 딱한 노릇이다.

 

풍광도 아름다움도 별 볼 일없는 이런데서 무슨 예술을 하노.....

(아 이 획일의 나라여 ...................그대 이름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하는수 없이 스치로플로 창 일부를 가리고 눈가림한다고 전돌과 같게 수성을 칠해서 사진을 다시 찍어 갖다주었더니 그제사 준공필증이 똑 떨어졌다.

(기막혀.....................................)

 

준공을 끝내고 마지막 단장을 하면서 맛을 좀 낼려고 돌로 담장을 쌓은 뒤  10년생 벚나무와 개나리를 주변에 가득심었다.

 

10년이 지나면 이곳은 봄에 벚꽃이 만개하고 개나라가 군집하여 장관을  이룰게 틀림없다.(내 블로그 19 번 /디자이너와 노가다 참조)

머리속엔 10년을 내다보며 그림을 그리듯이 그렇게 나무 심을 곳을 일일이 지정해 주었다.

 

 얼마전에 아는 사람과 함께 모처럼 태종대에 갈 일이 생겨 일부러 차를 몰고 그곳에 들렸더니 벚나무가 그새 살이붙었는지 이젠 제법 통통하였다.

하기야 집을 지은지도 8년이 지났으니 그럴수 밖에.........

 

 

 

원래 교회란게 여러사람이 모이는 곳이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곳이다.

 

당시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당회장인 u 목사가 본인을 강력히 천거하니 다들 입을 다물었지만 내심 불만이야 어찌 없었겠는가.

 

원래 이 건물은 전에 교회건물을 리모델링 한 친구가 맡으려고 무척 애를 쓴 건물이었다.

그러나 무슨이유인지 u 목사는 설계에서 부터 건축에 이르기 까지 모든 것을 내게 전적으로 맡기었는데 공사를 의뢰받은 것은 매우 기쁜일이지만 사실 기분이 썩 좋은건 아니었다.

 

물론 더 좋은 작품을 남기고 싶은 욕망은 작가라면 누구나 갖는 욕심이다.

그런데도 기분이 썩 내키지않는 것은 보이지않는 어떤 인간관계가 걸리기 때문인데 이미 교회적으로 선택이 끝난 일이다보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좋은 작품을 남겨 누구나 아름다움을 느끼면서  즐겁고 편안하게 이용할 수있도록 건물을 만들어주는게 내게 남겨진 임무였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교회나 절공사는 해봐야 별로 이윤이 남지 않는게 이 바닥의 실정이다.

 

반면에 사람이 하도 많다보니 잔소리가 여간 심하지 않은 곳이 또 이곳의 생리이다.

 

옛말에 집을 지으면 지나가는 개도 한마디씩 한다 했으니 우찌 말이 없겠는가.

 

20여년전이었다.

멋모르고 교회공사를 한번 맡았는데 그때 내가 받은 충격이 얼마나 컸던지 한동안 나는 다시는 교회공사는 맡지않겠다고 작심을 한 일이있었다.

 

 일이란게 돈만 번다고 재미있는건 결코아니다.

돈  이전에 재미가 있어야하고 재미보다 더 소중한건 자부심이 있어야 한다.

그것도 없다면 차라리 작부를 데려놓고 술장사를 하는게 훨씬 더 이익이 나을거다.

 

근데 말이쉬워 사업이지 사업이란걸  벌여놓고 보니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게 사업이었다.

그리고 그놈의 돈은 왜그리도 늘 부족한지....................

미칠노릇이었다.

 

한국최고의 재벌이었던 이병철씨도 생전에 제일 부족한게 돈이었다는데 하물며 피래미같은 회사야 어찌 돈이 모자라지 않겠느냐 ...........................

 

그러다보니 사업을 한답시고 은행도 찾아가고 상호금고도 찾아가고 .....(.아휴 그때 생각만 해도 등골이 다 오싹하다)

사업하는 사람이 자금을 융통할 때 맨처음 찾아 가는곳이 은행이다.

그러나 그것도 신용이좋고 담보물건이 충분하고 대차대조표가 양호해야 어느정도 빌려주지 시원찮은 회사는 아예 받아줄 생각도 않는다.

 

그러니 예술이니 순수니하는 기분으로 은행을 찾아 갔다가는  어린애 잠꼬대 같은 말만하고 있다고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은행에서 밀리면 그 다음은 상호금고 밖에 없다.

이자는 조금 더 비싸도 제2금융권은 은행보다는 덜 까다롭게 굴기 때문에 자연히 그쪽으로  눈을 돌리게 되는데 그것마저 않되면 이젠 염치불구하고 가까운 이웃이나 친지에게 부탁하여 민폐아닌 민폐를 끼치게 된다.

 

그러나 그것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마지막엔 사채시장까지  넘보게되는데 사채시장은 알다시피 그야말로 고리대금업자들이다.

 

남이 땀흘려 일할때 그들은 고리대금으로 에어컨 밑에서 고스톱을 즐기며 거드럼을 피우지만 그들도 떼이는 돈이 한두푼이 아니라며 엄살을 부리는 데는 할말이 없다.

 

그러니 자연히 이자가 높다고 이해하라고 얼루지만  교묘하게도 이자는 3%이나 수수료가 10%에서 20%까지 떼 나간다.

그러나 그것도 그냥 빌려주는게 아니다.

자기 어음이나 가게수표를 담보로하고 한장은 담보용으로 백지 수표를 한장 더 맡겨야 그제야 비로소 빌려준다.

 

너무나 아이러니한 것은  그들은 대부분이 은행에서 vip  대접을 받으며 산다는 것이다.

지점장하고 골프도 치고 점심도 먹는다고 자랑을 하는데  참으로 웃기는 사회다.

하긴 돈에 이건 고리대금업자돈 이건 사기꾼 돈 이건 창녀 돈이라고 써 놓지 않은 이상 돈이 상전일수 밖에 없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이다보니 어쩔수 없는 측면도 있지만 참 재미없는 세상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그렇다고해서  돈이 사회질서고 정의라면 예술은 그야말로  광대놀음이 아닌가하는 자괴감이 들때마다  잠이 오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런 날은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싯귀가 유난히도 생각이 난다.

 

...이 밤도 누군가 밤새워 울고 있다........는 그의 절규가

 

오늘 밤은 때아닌 겨울비가 촉촉히 내린다.

 

누구인가는 알수없지만

행여 그대 한사람이라도 행복하다면 이밤 두손모아 합장이라도 하고 싶다...........................

편안한 밤  잘자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