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OK.............................
내가 잘 가는 강나루라는 조그마한 술집은 문화 예술가들이 즐겨찾는 사랑방이다.
그날도 일과를 마치고 박응석시인과 마주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박형은 약관 19세 때에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응모하여 당선된 중견시인으로 부산 시단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정도다.
내가 박형을 안 것은 송제 이상개시인을 통해서 였는데 그날도 우린 소주를 물에 타 마시면서 이런저런 신변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그날 따라 가을비가 내려서 그런지 술먹기엔 안성마춤이었다.
술잔이 한순배 돌자 약간은 좀 우락부락하게 생긴 사내가 문을 열고 성큼 들어왔다.
아이구....선생님 안그래도 찾아뵈려했는데 하며 넙죽 절을한다.
박 형도 그를 보자 뭐라고 주거니 받거니 하더니 이내 두 사람은 이야기에 정신이 팔렸는지 옆 사람은 안중에도 없는 듯 이야기에 골몰했다.
아마도 부산 문화사를 한편 써 달라고 사전에 부탁을 한 모양인데 박형은 끝내 고사하며 김규태시인을 소개한 것 같다.
김규태시인은 나도 종종 뵈었는데 원로시인으로 한때는 국제신문사 논설위원으로 필체가 꽤 날카로운 분이다.
한참동안 이야기에 정신이 팔린 그들도 어느정도 마무리가 되었는지 그제사 사람을 소개했다.
알고보니 월간낚시를 만든 백종국이라는 편집국장이었다.
명함을 주고 받으며 술을 한잔 건네자 지금 광복로를 대변하는 무크지를 만든다고 동분서주하느라 정신이 없다며 여러가지 애로사항을 늘어놓았다.
술이 두 서너차례 돌아가자 서서히 취기가 올랐다.
술잔을 부딪칠수록 세 사람은 부산이면사와 광복로에 대한 비평과 조언이 마치 봇물을 이루듯 터져나왔다.
..어차피 잡지를 만들거면 일류잡지를 만들어요 했더니
대뜸
..선배님 ...광복로와 가장 잘 어울리는 베스트 샾과 가장 아름다운 뷰티플 샾을 뽑아 선배님이 글을 한편 써 주십시오한다.
아차 이거 또 실수를 했구나 ......하고 정신을 차렸지만 이미 엎지러진 물이었다.
술을 마시면서 열변을 토한게 잘못이었다.
술김에 뱉은 말이라고는 하나 문화가 어떻고 예술이 어떻고 하면서 씨알도 안먹히는 소리를 한 죄(?) 값을 받을 수 밖에 .......
하는 수없이 반승낙을 하고 헤어졌는데 그게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부산의 중심가인 광복로에서 최고의 샾과 가장 아름다운 샾을 고르는게 말처럼 그렇게 쉬운게 아니었다.
광복로를 며칠동안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길에 서서 간간히 수첩에 메모를 했더니 사람들이 무슨 일인가하고 힐끔힐끔 쳐다보며 지나가기도 했다.
어차피 해야할 일이라면 성의라도 보여야지하고 매일 아침 저녁으로 남의 샾을 들여다 보며 요모조모 살폈더니 막말로 그것도 못할 짓이었다.
아무튼 두 곳을 선정하여 원고마감 하루 전에 e-mail로 A4용지 2장 정도 원고를 써 보냈더니 편집국장이 고맙다고 전화를 했다.
12월이 되자 잡지가 나왔는지 어땠는지 다소 신경도 쓰이고 궁금도 했지만 아무런 소식이 없는걸보아 아마도 무슨 사정이 있거나 출판이 그리 쉽지않은가 보다하고......... 한동안 신경을 끊었다.
근데 어제밤 예의 그 박 형하고 술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데 갑자기 백종국 편집국장이 예쁜 아가씨와 mbc에 근무하는 친구와 함께 큼직한 쇼핑빽 하나를 들고 들어왔다
방금 발간한 LOOK지였다.
기분좋은 잉크 냄새가 코를 찔렀다.
방금 나왔어요 하며 책을 한권 건네주었다.
안을 들여다보니 편집이 상당히 세련되고 아름다웠다.
90쪽과 91 쪽을 보라해서 펼쳤더니 내가 써준 글과 함께 BEST SHOP 금강과 BEAUTIFUL SHOP 이영희 프리젠트 사진이 나란히 나와 있었다.
함께 동석한 아가씨는 패션코디라고 했다.
아마도 패션 쪽을 디렉트한가보다.
암튼 어제 밤은 예상치 못한 즐거움 때문인지 또 다른 장르의 아름다움을 나누느라 취하는 줄도 모르고 그렇게들 애꿎은 술병만 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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